자칭 잡식형 음악 감상자, 뮤지컬 배우 카이의 작업실 & 플레이리스트 추천

서울문화사 2022. 10. 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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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몽상가라 부르는 뮤지컬 배우 카이의 경계 없는 꿈과 거침없는 도전. 3년 만에 네 번째 정규 앨범으로 돌아온 카이가 새롭게 마련한 작업실로 우리를 초대했다.


창 너머로 고즈넉한 성곽길이 보이는 카이의 새 작업실. 그는 이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듣고 영감을 나눈다.

〈팬텀〉, 〈벤허〉, 〈프랑켄슈타인〉, 〈지킬앤하이드〉, 〈베르테르〉, 〈엑스칼리버〉. 제목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주옥 같은 뮤지컬 작품은 다름아닌 뮤지컬 배우 카이의 이름을 알린 대표작들이다. 어느새 데뷔 15년을 맞은 그는 새앨범 〈카이 온 뮤지컬〉을 통해 정통 뮤지컬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보여주고자 한다. 수록곡 하나하나를 작품처럼 공들여 완성한 이번 앨범은 뮤지컬 넘버로만 구성한 보기 드문 뮤지컬 전문 음반이자 배우와 관객, 스태프들이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특별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단상집을 낸 작가, 대학에서 후배들을 양성하는 교수, 방송인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지만, 무엇보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음악적 근간은 뮤지컬에 있다. 카이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장르를 개척해가며 오늘도 돈키호테처럼 꿈을 향해 돌진한다. 예술적인 호기심, 과감한 실행력으로 똘똘 뭉친 그를 만나 아주 사적인 플레이리스트까지 들어보았다.

작은 콘서트 홀을 마련한 공간에서 대본 연습을 하는 그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새롭게 발표한 앨범에 대해 인터뷰 중인 카이.

오늘의 카이가 꿈꾸는 내일의 카이 Q 정규 앨범 〈카이 온 뮤지컬〉로 찾아오셨어요.

네 번째 정규 앨범이고요, ‘카이’라는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뮤지컬 넘버들로 가득 찬 앨범이에요. 이번에는 특히 뮤지컬이라는 저의 명확한 영역이었기 때문에 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작업할 수 있었어요.

Q 어떤 곡들로 구성했나요?

지금까지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무대에 올랐던 작품들을 비롯해 평소에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와의 듀엣곡으로 구성하다 보니 총 27곡을 담게 되었어요. 옥주현, 정선아, 최정원, 아이비, 이지혜, 김소향, 세븐틴의 도겸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서 부탁드렸는데, 감사하게도 한 분도 빠짐없이 참여 의사를 밝혀주셨죠.

Q 곡들을 선정하고 구성하는 데 힘들진 않으셨나요?

물론 쉬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앨범의 처음 기획 단계부터 모든 그림이 제 머릿속에 명확하게 있었기에 의외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각각의 뮤지컬 넘버의 색깔을 살리면서도 일관성 있는 하나의 음반으로 완성하는 데 가장 주력했죠. 다만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실질적인 어려움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예를 들어 〈지킬 앤 하이드〉 작곡가로 잘 알려진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이나 〈레베카〉, 〈엘리자벳〉 등을 작업하신 뮤지컬계의 거장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같은 분들은 해외에서 굉장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계셨기 때문에 조율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Q 타이틀 곡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내일로 가는 계단(The Last Kiss)’은 제가 참여했던 〈더 라스트 키스〉의 넘버인데 개인적으로 애착을 가진 곡이에요. 규모 있는 뮤지컬 넘버들은 처절하고 애절한 분위기가 많은 반면에, 이 곡은 행진곡풍의 밝은 느낌에 가사도 희망적이라서 좋아해요. 솔로곡으로서의 존재감을 표현하기 위해 오케스트라 세팅과 편곡을 다시 했고, 재직 중인 한세대학교 뮤지컬 학과의 학생들이 대규모 코러스로 참여해 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곡입니다.

Q 최근에 단독 콘서트를 마친 소감은 어떠셨나요?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를 연출하는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해서 콘서트를 이끌어가는 전체적인 여정이 정말 즐거웠어요. 제가 늘 고민하는 것은 뮤지컬 배우들이 기존에 보여왔던 모습을 어떻게 하면 한 단계 더 뛰어넘을 수 있을까 하는 거예요. 밴드나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서 노래를 부르는 단순한 형식의 콘서트를 넘어서 관객들이 뮤지컬 작품과는 또 다른 느낌의 새로운 감정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연이기를 바랐어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형식의 뮤지컬 쇼였다”, “카이만의 쇼였다” 이런 후기들을 들었을 때 뿌듯하고 만족스러워요.

Q 단상집 《예쁘다, 너》를 내셨죠. 요즘에도 개인적인 단상들을 기록해두시나요?

물론입니다. 지금도 제 마음속에 우러나는 거짓 같은 진실들을 짧게 적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2권을 또 내고 싶은데 출판사들이 관심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Q 한 구절만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어제 쓴 문장이 있어요. “한 친구가 가장 오랫동안 죽지 않은 식물을 사고 싶다고 나에게 묻길래 내가 말을 해주었다. 너는 생명을 두고 싶은 게 아니라 치장을 하고 싶은 거야.” 집에 식물을 두거나 그림을 거는 일을 인테리어의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하나의 생명이나 영혼으로 여겨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적어봤네요.

‘잡식형’ 음악 감상자 카이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즐겨 듣는다.


선반장에 올려진 그의 앨범 <카이 온 뮤지컬>. 무려 27곡을 수록한 기념비적인 뮤지컬 음반이다.

Q 새로 온 작업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수년 전에 비행기 안에서 여행 책자를 읽다가 서울의 숨겨진 아름다운 곳을 소개하는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됐어요. 기억해뒀다가 나중에 와보니 이곳 중구는 서울의 중심이지만 사람들이 많지 않고 무엇보다 성곽길이 무척 아름답더라고요. 마침 근처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이 작업실을 만나게 되었죠.

Q 각 공간은 어떻게 구성했나요?

메인 공간이라 할 수 있는 2층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음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고, 한 층 아래에는 작은 음악 홀을 만들었어요. 물론 제가 개인적으로 음악을 연습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20~30명 내외의 관객을 두고 작은 하우스 콘서트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단역이나 앙상블을 맡은 후배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사람들 앞에 홀로 노래를 부르고 싶은 갈증이 있더라고요. 규모는 크지 않지만 후배들에게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Q 공간 콘셉트는 어떻게 정했나요?

저는 모든 아름다움은 개별성과 융합성의 조화라고 생각해요. 개별적으로 아름다운 것들이 함께 어우러졌을 때도 조화로워야 하는 거죠. 책이나 꽃, 가구, 소품들을 하나씩 봤을 때나 이 요소들이 한데 모였을 때나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신경 썼어요. 그래서 전체적인 배경을 깔끔한 화이트로 조성했어요.

Q 10월에 들으면 좋을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워낙 잡식형이어서 장르와 상관없이 다양한 음악을 많이 들어요. 에바 캐시디의 ‘Fields of Gold’라는 곡은 이맘때 운전하면서 듣기에 좋아요. 그리고 가장 깔끔한 재즈 보컬의 유형이라고 생각하는 커트 엘링의 ‘Smoke Gets In Your Eyes’는 가을밤에 들어보세요. 최근에 아이브의 ‘Love Dive’에 완전히 꽂혀서 자주 들었고요. 백예린 씨 음악도 좋아해요. 특별한 것 같지 않은데 특별한 무언가가 예술의 우수성이라고 생각하는데, 백예린 씨의 보컬이 딱 그래요. 그녀의 노래 중에 ‘Square’라는 곡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파티의 시작 같아요. 마지막으로 저의 노래 ‘Non Ti Scordar Di Me’를 추천할게요. 〈카이 인 이태리〉 앨범 수록곡이고, 이탈리아 민요의 에스닉한 감성을 느낄 수 있어요. 차 시트를 결국 뒤로 젖히고 듣고 싶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죠.

Q 이 플레이리스트의 제목을 짓는다면요?

베리에이션. 저는 음악 장르를 구분 짓는 일이 인위적이라고 생각해요. 반드시 필요하면서도 일면으로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나 할까요. 모든 음악의 뿌리는 하나이고 하나의 목적을 가졌을 뿐이에요. 그 목적은 아름다움. 그래서 팝, 재즈, 아이돌 음악, 민요 등 이 모든 음악들이 바흐나 헨델의 고전음악에서 시작된 ‘베리에이션’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Q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저의 음악적 근간은 뮤지컬이에요. 어떤 형태든 뮤지컬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음악적 다양성에 집중하고 싶어요.

에디터 : 이승민  |   사진 : 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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