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의 일상 속 문화사] 美 북부 유명 휴양 섬에 남미 난민들이 찾아온 까닭은..
남미 마약조직 폭력에서 탈출한 주민들
美로 무작정 몰려들어 사회 고질병으로
공화·민주당, 심각성은 공감·해법은 달라
공화 정치인, 이민자 혐오 부추겨 '표몰이'
대표적 인물 플로리다 주지사 디샌티스
미국 진보 정치의 본산 매사추세츠州에
9월 이민자 50명 전용기편으로 보내
차기 대선 앞두고 反이민 표 결집 노림수
이게 심각한 문제라는 것에는 미국 양당이 모두 공감한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이민자를 모두 받아들일 순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하지만 그런 공식적 입장 표명과 달리, 두 당의 이해와 접근법은 서로 다르다. 지지세력이 남부 주에 몰려 있는 공화당의 경우 이들의 분노를 십분 활용한다. 2016년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장벽을 지어라(Build the wall)”라는 말을 구호로 삼고 남부 주에서 유세할 때마다 사용했다. 미국과 멕시코가 만나는 국경 지역은 너무나 길고 방대해서 한국 휴전선처럼 만드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아무리 단순한 형태의 장벽을 세운다고 해도 미국 정부 예산으로는 어림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장벽이 지금의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트럼프는 임기 중에 일부 구간에 보여주기용으로 장벽을 세웠지만 불법 이민자들이 어렵지 않게 넘어오는 장면이 화제가 되었다. 이처럼 미국의 불법 이민자 문제는 완벽한 해결책이 없고 적정 수준에서 관리만 가능할 뿐이다. 무엇보다 최근 남미 국가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는 가장 큰 이유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마약 조직 등쌀에 못 이겨서라면 미국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남미 국가 마약 조직은 미국을 상대로 밀수 사업을 해서 돈을 벌기 때문이다. 마약 문제가 해결할 수 없는 고질병이라면 그 결과인 마약 난민 문제도 그저 관리해야 할 고질병인 셈이다.
공화당보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자세를 취하는 민주당은 트럼프의 국경 장벽 세우기가 유권자들의 이민자 혐오를 부추겨 표를 모으려는 전략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트럼프 임기 중에 이민자들을 가혹하게 다뤘던 일을 꾸준히 비판했다. 그 바람에 베네수엘라와 같은 나라에서는 민주당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하자 난민을 대거 수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진 사람들이 일제히 미국 국경으로 몰려갔다. 이에 놀란 바이든 행정부는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를 남미로 보내서 미국 정책이 변한 게 아니니 미국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글 서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베네수엘라, 콜롬비아의 이민자들이 느닷없이 전용기를 타고 미 북부의 휴양지에 도착한 사건의 배경에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있었다. 사실 플로리다는 마약 난민이 대거 밀려드는 주가 아니다. 지도를 보면 그 이유가 금방 보인다. 플로리다는 미국 남동부의 바다로 툭 튀어나온 반도이기 때문에 남미의 이민자들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바다를 건너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과거 플로리다에도 이민자들이 밀려든 적이 있다. 플로리다에서 바다를 건너 이동하면 닿을 수 있는 섬나라인 쿠바가 피델 카스트로의 주도로 공산화되던 1950년대의 일이다. 한반도에서 삼팔선 이북 지역이 공산화되면서 많은 사람이 내려와 수도권에 자리를 잡고 우리나라 반공세력의 효시가 되었던 것처럼, 공산화 반대에 쿠바를 탈출한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보트에 몸을 싣고 플로리다에 도착해 ‘반카스트로’의 기치를 든 반공세력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밀려드는 남미 난민은 쿠바에서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플로리다로 가지 않고 많은 경우 텍사스에서 국경을 넘는다. 따라서 플로리다 주지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다. 그런데도 디샌티스가 나선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2024년 선거를 위한 반이민 유권자 표 모으기 작업이다. 디샌티스는 무슨 일을 한 걸까?
우선 자신과 마찬가지로 남미의 이민자, 난민 문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텍사스의 그레그 애벗 주지사와 의기투합해서 그 주로 들어온 난민들을 버스로 멀리 떨어진 플로리다까지 보내게 했다. 영문을 모르는 난민들이 버스를 타고 플로리다에 도착하자 플로리다주에서는 이들에게 “미국 북부에 고급 휴양지가 있는데, 그곳에 가면 집과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거기까지 가는 비행기편도 제공하겠다고 꾀어서 비행기에 태웠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을 포함한 50명의 난민들이 매사추세츠주 마서스비니어드 섬에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그 섬이었을까? 여기에는 배경이 있다. 우선 매사추세츠주는 미국에서 진보 정치의 본산과도 같은 곳이다. 20세기 민주당의 대표적 진보 대통령인 존 F 케네디와 그 가문이 매사추세츠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지금도 상원의원 중 가장 진보적인, 심지어 급진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도 이 주가 정치 기반일 만큼 꾸준히 진보 정치인을 국회로 보내고 있다. 게다가 마서스비니어드 섬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임기 중에, 그리고 임기 후에도 여름휴가로 즐겨 찾는 섬으로 유명하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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