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尹정부, 반짝 고용에 취할 때 아니다

2022. 10. 1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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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윤석열 정부 들어 고용시장에 훈풍이 계속 불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8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80만7000명 증가한 2841만 명이었다. 증가 폭이 22년 만에 가장 컸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전체 고용률은 역대 최대치인 62.8%로 1년 전보다 1.6% 포인트 높아졌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52시간제의 성급하고 획일적인 도입에 따른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월과 대비한 2022년 8월까지 연 평균 일자리 증가폭은 35만명이다. 2016년까지 박근혜 정부의 연 평균 일자리 증가폭은 30만7000명이였다.

2902만5000명의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는 61만5000명이였다. 실업률은 2.1%로 1999년 통계 작성 이후 23년 만에 가장 낮았다. 과거 최저 실업률 2011년 11월의 2.6%보다 0.5% 포인트 낮다. 2021년 11월 이후 10개월째 늘어나고 있는 제조업 취업자가 취업자 수 증가를 이끈 것도 고무적이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4만 명 늘어나 80만7000명의 전체 취업자 수 증가의 30%가 제조업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최근 고용시장 동향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늘어난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이었다. 경제의 허리인 40대 일자리는 여전히 줄고 있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45만4000명 늘어난 반면 50대 18만2000명, 30대 9만8000명, 20대는 6만5000명 늘었다. 40대는 8000명 줄었다.

실질적으로는 일이 없는 상태지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자 수에 포함되지 않은 구직단념자가 23만명 증가했다. 폭우 등 계절적 요인으로 고용시장이 일시 얼어붙으면서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한 구직단념자를 실업자에 포함하면 역대 최저치인 실업률은 착시현상으로 볼 수 있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확장실업률은 2022년 8월 기준 여전히 9.8%이다. 특히 청년층(15-29세)의 확장실업률은 18.1%이다.

자영업에서의 일자리 증가가 정체되고 있다. 2022년 8월 기준으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3년간 20만9000명 늘어난 반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8만1000명 줄었다. 일자리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115만5800명 줄어든 반면 주 17시간 이상 36시간미만 취업자는 210만 5000명 늘었다.

고용시장의 훈풍이 하반기에도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 월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석 달 연속 감소했다. 취업자 수 증가는 지난 5월 93만5000명에서 6월 84만1000명, 7월 82만6000명으로 계속 줄고 있다.

2017년 이후 작년 까지 감소 추세였던 제조업 취업자 수가 국내 경영환경의 악화, 중국 등 신흥국과의 격화된 경쟁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것은 수출 호조에 힘입은 바가 크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던 수출은 8월까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부품의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향후 고용지표는 증가폭이 서서히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아직 고용노동시장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주52시간제 개편 등 노동개혁과 관련해 정부 출범 초기 혼선이 있었다. 노동계와의 관계 설정에서도 모호한 측면이 있고 노동현장에서는 여전히 무질서와 불법 행위가 용인되고 있다. 야당은 불법파업에 면죄부를 주는 소위 ‘노란봉투법’을 발의한 상황이다.

10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작년 말 기준 1000조원을 넘어섰다. 무엇보다도 규제 혁파와 기업하기 좋은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기업들이 이익을 사내 유보금으로 축적하지 않고 투자해,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거대 야당의 협조도 필요하다. 윤석율 정부가 거대 야당의 지지도 받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고용노동시장 로드맵을 조속히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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