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쟁자는 OTT..열린 공연장으로 소통하러 오세요"[만났습니다]

장병호 2022. 10.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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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LG아트센터 서울 센터장 인터뷰]①
13일 마곡시대 여는 LG아트센터 서울
평사원서 출발 대표 맡은 '개국공신'
'시즌제·패키지 티켓' 신선한 시도
22년간 기획공연 1398회·관객 91만명
"체험·교육 통해 새로운 관객 유입"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2000년 역삼동에서 LG아트센터를 개관할 때 막내였는데, 이제 대표가 돼 LG아트센터의 마곡 시대를 열게 됐네요.”

이현정(51) LG아트센터 센터장은 오는 13일 마곡지구에서 새 출발하는 LG아트센터 서울 개관을 앞둔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이 센터장은 최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시설이 기존보다 2배 이상 늘어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도 “지난 20여년간 공연장을 같이 운영해온 스태프들이 같이 있어서 더 안정적인 상태에서 개관 준비를 차근차근 잘 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현정 LG아트센터 서울 센터장이 최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LG 시그니처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금융계 그만두고 LG아트센터 입사

이 센터장은 1996년 LG아트센터 사원으로 입사해 2000년 역삼동 LG아트센터 개관부터 함께 해온 ‘개국공신’이다. 이후 공연기획팀장과 공연사업국장을 역임하며 LG아트센터의 주요 공연을 이끌었다. LG아트센터가 공연계에서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는 계기가 된 기획공연(CoMPAS) 선정, 시즌제와 패키지 티켓 도입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LG아트센터 대표인 센터장에 올라 공연계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공연장에서 직원 출신으로 대표까지 오른 사례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공립 예술기관의 경우 3년마다 기관장이 교체되는 데다 정권과 지자체장의 정치 색깔에 따라 기관장이 바뀌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게다가 이 센터장은 LG아트센터가 22년 동안의 역삼동 시대를 마치고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LG아트센터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새 출발의 수장이 됐다.

그만큼 이 센터장의 어깨는 무겁다. 그는 공연계의 주목과 관심에 대해 “다른 기관들도 20년 넘게 일한 사람이 그 기관의 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내가 정말 잘 해야 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고 털어놨다.

이 센터장이 직원에서 대표까지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공연에 대한 열정에 있었다. 대학 졸업 이후 6개월 동안 금융계에 종사했지만, 공연이 너무 좋아서 진로를 바꿔 LG아트센터에 다시 입사를 했다. 공연에 대한 관심은 어릴 때부터 싹이 보였다. 네 자매 중 둘째인 이 센터장은 어린 시절 언니, 동생들과 연극을 만들어 놀았을 정도로 공연과 가까이 지냈다. 대학 시절 국립극장에서 고등학교 은사였던 이만희 작가의 연극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본 뒤 공연예술에 완전히 매료됐다.

이 센터장이 꼽는 공연의 매력은 두 가지다. 일상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공연만의 재미, 그리고 동시에 공연이 일상과 맞닿아 있는 지점에서 얻게 되는 자극이다. 이 센터장이 LG아트센터에서 직접 기획한 공연들도 이러한 매력을 전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그동안 LG아트센터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도 국내 공연계에서는 쉽게 시도하기 힘든 기획을 성사시켰을 때였다.

이현정 LG아트센터 서울 센터장이 최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일상에서의 탈피와 자극, 공연의 매력”

“기술적으로, 또는 경제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공연이지만 국내에서 하면 큰 반향을 일으킬 거라 생각해 어렵게 추진한 공연들이 있어요. 2002년에 선보였던 ‘단테의 신곡 3부작’과 ‘검은 수사’가 그런 작품들이에요. ‘단테의 신곡 3부작’은 무대 위에 3.5리터의 물을 채우고 배우들이 거의 반라로 들어가 공연하는 작품이에요. 물 온도를 항상 데워야 했기에 발전기를 계속 돌려야 했죠. ‘검은 수사’는 객석의 1층과 3층은 비운 채 2층에 130명의 관객만 앉혀서 하는 공연이었어요. 객석과 무대의 한계를 부수기 위한 열린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LG아트센터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LG아트센터는 공익법인 LG연암문화재단이 ‘문화예술 창작과 교류를 통한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취지 아래 세운 공연장이다. 역삼동 LG아트센터 건립 당시 고(故) 구본무 전 LG 회장이 “공연의 대중적 흥행에 연연하지 말고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예술 공연을 국내에 소개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 센터장이 주도한 LG아트센터의 기획공연은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총 398편으로 1398회 공연하며 91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22년간의 기획공연 유료 매표율 또한 78%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LG아트센터 서울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보다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며 관객 저변 확대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2000년 LG아트센터 개관 당시엔 공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부족해 티켓을 파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22년이 지난 지금은 한국의 문화적 수준도 높아졌고 공연예술에 대한 관심 또한 무척 커졌다. 그러나 영화와 OTT처럼 즐길거리가 다양해짐에 따라 이제 공연예술은 이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LG아트센터 서울이 마주한 과제이기도 하다. 이 센터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관객과 공연이 어떻게 계속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연출가 로베르 르빠주의 이야기를 듣고 무척 놀랐어요. 르빠주 연출이 최근에 캐나다 퀘벡에 있는 한 극장의 극장장을 맡게 됐는데, 그곳에서 프로레슬링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시민들이 공연장에 들어오는 습관이 생겨야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곳 시민들이 좋아하는 프로레슬링을 기획했다고 해요. 그 말처럼 한 번이라도 관객을 공연장에 오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LG아트센터 서울도 다양한 체험형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공연계에 새로운 관객을 꾸준히 유입하겠습니다.”

◇이현정 센터장은…

△1971년생 △영국 워릭대 ‘유럽 문화정책과 경영’ 석사 졸업 △1996년 LG아트센터 입사 △1999~2021년 LG아트센터 기획팀장 △2021년 3~11월 LG아트센터 공연사업국장 △2021년 12월 LG아트센터 서울 센터장(대표) △2012년 한국공연예술경연인협회 젊은 기획자상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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