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김지석

김희국 기자 2022. 10. 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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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영진 명지대 교수는 고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BIFF) 수석프로그래머에 관한 일화들을 여러 칼럼에 썼다.

"1990년대 초 내가 대학원생 신분으로 방학을 이용해 부산에 놀러 왔을 때 지금은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인 김지석 씨가 초대해 그의 사무실인 부산영화연구소를 찾아간 적이 있다, 라고 하면 거창할 것 같지만 그곳은 코흘리개 아이들이 문가에 설치된 게임기에 열중하고 있는 문방구였다. 그곳 구석에 김지석 씨는 후배들과 영화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고 있었는데 여하튼 영화연구소는 영화연구소였다. 그날 저녁 김지석 씨는 야심 찬 포부를 술자리에서 털어놓았는데 부산에서 한국 최초의 국제영화제를 언젠가는 개최할 것이란 얘기였다. 나는 이 사람 정신이 어떻게 된 게 아닌가 라는 심정이었는데 그는 열정적으로 얘기를 이어갔다. 1996년 내가 부산 남포동 거리에 모인 관객 인파를 보고 놀랐던 것은 꿈이 실현된다는 고전적인 명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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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영진 명지대 교수는 고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BIFF) 수석프로그래머에 관한 일화들을 여러 칼럼에 썼다. 다음은 김 교수가 2010년 잡지 ‘영화부산’에 쓴 글의 일부다.


“1990년대 초 내가 대학원생 신분으로 방학을 이용해 부산에 놀러 왔을 때 지금은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인 김지석 씨가 초대해 그의 사무실인 부산영화연구소를 찾아간 적이 있다, 라고 하면 거창할 것 같지만 그곳은 코흘리개 아이들이 문가에 설치된 게임기에 열중하고 있는 문방구였다. … 그곳 구석에 김지석 씨는 후배들과 영화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고 있었는데 여하튼 영화연구소는 영화연구소였다. … 그날 저녁 김지석 씨는 야심 찬 포부를 술자리에서 털어놓았는데 부산에서 한국 최초의 국제영화제를 언젠가는 개최할 것이란 얘기였다. 나는 이 사람 정신이 어떻게 된 게 아닌가 라는 심정이었는데 그는 열정적으로 얘기를 이어갔다. 1996년 내가 부산 남포동 거리에 모인 관객 인파를 보고 놀랐던 것은 꿈이 실현된다는 고전적인 명제였다.”

김 수석프로그래머는 문방구 구석에서 영화라는 꿈을 꿨다. 그리고 그 꿈을 부산에서 현실로 만들었다. 부산과 우리나라, 아시아와 세계 영화인들은 김 수석프로그래머가 꾼 꿈을 현실로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가 영화를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 수많은 매체를 통해 전해졌다. 여기선 2017년 그가 떠난 후 그의 빈자리가 느껴졌던 작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해마다 BIFF에서 김 수석프로그래머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개·폐막식 레드카펫을 밟는 수많은 영화인을 관객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게 뭐 어렵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레드카펫에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감독 배우 영화 관계자들이 등장한다. 스타뿐만 아니라 생소한 감독과 배우도 적지 않다. 김 수석프로그래머는 그들 한 명 한 명 빠짐없이 소개했다. 그가 만든 영화 인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 일을 맡은 후임자는 첫해 상당히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그렇게 많은 영화인을 어떻게….

김지석. BIFF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름이다. 올해 27회 BIFF는 더욱 그렇다. 그를 다룬 다큐멘터리 ‘지석’이 특별 상영되고 있다. 지난 8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아주담담 ‘다큐 ‘지석’과 인간 지석’에는 김 수석프로그래머와 인연을 맺었던 영화인들이 참여해 그를 기억했다. 그는 앞으로도 해마다 BIFF에 소환될 것이다. 영원히.

김희국 신문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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