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늘과 땅 차이

국제신문 2022. 10. 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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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중이 지방 소멸로 이어질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산 인구는 약 335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23만 명이 줄었다. 특히 청년들의 탈(脫)부산 현상이 심각하다. 부산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2016~2020) 동안 20~34세의 청년 4만4200명이 부산을 떠났다. 이 중 4만2320명이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시작된 2003년 6월 이래 153개의 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새롭게 조성된 혁신도시에는 이전 공공기관 직원과 가족들의 정주 여건도 조성했다. 하지만, 아직 일부 혁신도시는 ‘유령도시’로 불리울 만큼 ‘도시의 섬’으로 전락하고 있다. 작년 기준 이전 공공기관 재직자의 가족동반 이주 비율은 55.7%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서울을 떠나지 않는 중요한 이유로 교육과 문화적 차이를 든다. 막대한 주거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교육과 문화적 혜택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 부문에서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는 크다.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보자. 인구 950만 명의 도시 서울에는 2021년 기준 195개(인구 4.9만 명당 1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그 중심에 서울도서관이 있다. 서울시청 지하철역 바로 앞, 서울광장과 서울시청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서울도서관만으로는 양에 차지 않는지 서울시는 도서관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통해 2025년까지 서울시립도서관을 6개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총 2000억 원을 투입하여 강서 관악 도봉 송파 서대문구에 권역별 도서관을 짓고 그 허브인 대표도서관을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에 추가로 짓겠다고 밝혔다. 새롭게 건립되는 서울대표도서관은 연면적 약 3만5000㎡으로 기존 서울도서관의 3배 규모다.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서관이 되도록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최고의 설계안을 채택할 계획이다.

인구 1360만 명의 경기도에는 300개(인구 4.5만 명당 1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여기에 추가로 도립 대표도서관인 경기도서관을 건립하고 있다. 수원시 광교신도시에 1100여억 원을 들여 건립 중인 경기도서관은 연면적 2만7775㎡에 지하 4층·지상 5층 규모로 부산도서관(1만6305㎡)의 1.7배에 달한다.

인구 350만 명의 도시 부산에는 45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도서관 하나가 인구 8만 명을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대표도서관인 부산도서관은 2020년 11월 사상구 덕포동에 건립되어 부산지역 공공도서관을 아우르는 정책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인지, 아직 부산도서관만의 특장점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규모 대비 전문 사서직원이 적은 탓도 있겠다.

차이는 또 있다. 서울도서관은 개관부터 오늘까지 도서관 운영 전문가인 1급 정사서가 도서관장을 맡고 있다. 부산도서관의 경우 개관 후 지난 2년 동안 비전문직 공무원들이 몇 달 남짓 관장직에 머물다 갔을 뿐이다. 그러다 지난 8월 드디어 전문가인 사서직 공무원이 관장으로 보임했다. 새롭게 일을 맡은 최초의 전문직 부산도서관장이 시민에게 어떤 도서관의 모습을 선보일지 눈여겨볼 일이다.


서울의 중심에 서울도서관이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새로운 대표도서관과 권역별 직영 도서관 6곳을 추가로 건립하겠다고 한다. 부산도서관은 서부산에 치우쳐 있다. 그러나 부산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산의 공공도서관을 어떻게 발전시키려 하는지 아무런 비전이나 전략을 발표한 바 없다. 현 시장은 권역별로 15분 내 닿을 수 있는 어린이도서관을 조성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표방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은 서울과 같은 그랜드 디자인도, 체계적인 로드맵도,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작년 8월 시민에게 오롯이 내주어야 할 부산도서관에 서부산권 제2 시장 집무실과 회의실을 설치했다. 그동안 이 집무실이 얼마나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쩌면 부산시의 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결국 ‘남아도는 공간’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닌지 염려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늘과 땅 차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장덕현 부산대 문헌정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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