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빌라의 이웃들[2030세상/김소라]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2022. 10.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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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 밖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옥상을 드나드는 이웃 아주머니들의 목소리다.
이웃 아주머니들의 행동은 처음부터 내 예상을 벗어났다.
이웃 아주머니들은 식물의 요정인가 싶을 정도로 꽃과 채소를 잘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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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 밖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옥상을 드나드는 이웃 아주머니들의 목소리다. 나는 오래된 빌라의 옥상 가는 길 꼭대기 층에 산다. 빌라 옥상에는 아주머니들의 장독대나 빨래 건조대가 있다. 아주머니들의 일상과 직결된 공간인 셈이다. 아주머니들은 옥상에 올라가는 길에 만나면 인사를 나누고 담소를 시작한다. 그때의 음량이 꽤 크다. 이른 아침 방 안에 있는 내 잠을 깨울 만큼 크다. 즐겁지 않은 기분으로 침대에서 일어날 때도 있다.
이웃 아주머니들의 행동은 처음부터 내 예상을 벗어났다. 이사하기 전 집 공사를 할 때는 자꾸 집 안을 구경하고 싶어했다. 이사를 하고 이 집에 살기 시작하니 아주머니들이 빌라 앞에 모여 앉아 있을 때가 많았다. 아주머니들은 내가 드나들 때마다 꼭 말을 걸었다. 집을 구경하려 할 때는 난감했고 내게 말을 걸 때는 간섭받는 것 같았다. 나에게만 그런 게 아닌지, 내 또래 아랫집 사람은 한 아주머니가 말을 걸자 재빠르게 도망갔다.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원래 살던 분들에겐 네가 생각지 못한 변수일 걸.” 이 집을 택했을 때 ‘불편한 이웃’이라는 변수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투덜거리자 친구가 말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아주머니들 입장에서는 이럴 수도 있다. 어딘가 쌀쌀맞은 젊은이들이 이사 오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이웃사촌처럼 지내던 친근한 분위기가 차가워진다. 거기 더해 나를 포함한 요즘 사람들은 택배와 배달도 자주 시킨다. 이 빌라가 자리한 골목은 넓지 않다. 이웃들에게는 택배 트럭이나 오토바이가 달갑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웃들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 조금 무안해졌다. 이 집에 살기 전에는 도시 중심부의 신축 오피스텔에 살았다. 모든 것이 매우 쾌적했지만 어딘가 집 같지 않았다. 정겨운 동네 분위기가 나는 곳을 원해 조금 외진 동네의 낡은 빌라에 살기로 했다. 정겨운 동네에 오피스텔 주민 같은 이웃이 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조용한 이웃을 원했다면 나는 처음부터 ‘조용한 이웃’이라는 변수를 적극적으로 고려했어야 했다. 즉, 지금의 이웃들은 변수라기보다 내 선택의 일부다.
“매일 집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 어떻게 그래?” 낡은 빌라에 사는 이야기를 하자 오랜만에 본 지인이 놀라며 물었다. 나와 비슷한 지인들과 만나면 우리 집은 종종 재미있는 화젯거리가 된다. 집에 돌아오는 길 그날의 대화를 곱씹어보다 이 집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나와 비슷한 이웃들만 있는 곳에 산다면 나 역시 집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생활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사는 빌라 앞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자란다. 이웃 아주머니들은 식물의 요정인가 싶을 정도로 꽃과 채소를 잘 키운다. 집 안에도 이웃집 생활의 소리들이 희미하게 들린다. 저녁을 준비하는 소리, TV 소리. 이 소리에 둘러싸여 계단을 오르다 보면 집에 온 것 같이 편안하다. 이곳에 오래 산 이웃들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으니 감사한 마음도 든다. 앞으로도 이웃 때문에 내가 불편해지는 때가 없진 않을 것 같다. 다만 이제 그를 불평하지도 않을 것 같다.
이웃 아주머니들의 행동은 처음부터 내 예상을 벗어났다. 이사하기 전 집 공사를 할 때는 자꾸 집 안을 구경하고 싶어했다. 이사를 하고 이 집에 살기 시작하니 아주머니들이 빌라 앞에 모여 앉아 있을 때가 많았다. 아주머니들은 내가 드나들 때마다 꼭 말을 걸었다. 집을 구경하려 할 때는 난감했고 내게 말을 걸 때는 간섭받는 것 같았다. 나에게만 그런 게 아닌지, 내 또래 아랫집 사람은 한 아주머니가 말을 걸자 재빠르게 도망갔다.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원래 살던 분들에겐 네가 생각지 못한 변수일 걸.” 이 집을 택했을 때 ‘불편한 이웃’이라는 변수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투덜거리자 친구가 말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아주머니들 입장에서는 이럴 수도 있다. 어딘가 쌀쌀맞은 젊은이들이 이사 오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이웃사촌처럼 지내던 친근한 분위기가 차가워진다. 거기 더해 나를 포함한 요즘 사람들은 택배와 배달도 자주 시킨다. 이 빌라가 자리한 골목은 넓지 않다. 이웃들에게는 택배 트럭이나 오토바이가 달갑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웃들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 조금 무안해졌다. 이 집에 살기 전에는 도시 중심부의 신축 오피스텔에 살았다. 모든 것이 매우 쾌적했지만 어딘가 집 같지 않았다. 정겨운 동네 분위기가 나는 곳을 원해 조금 외진 동네의 낡은 빌라에 살기로 했다. 정겨운 동네에 오피스텔 주민 같은 이웃이 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조용한 이웃을 원했다면 나는 처음부터 ‘조용한 이웃’이라는 변수를 적극적으로 고려했어야 했다. 즉, 지금의 이웃들은 변수라기보다 내 선택의 일부다.
“매일 집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 어떻게 그래?” 낡은 빌라에 사는 이야기를 하자 오랜만에 본 지인이 놀라며 물었다. 나와 비슷한 지인들과 만나면 우리 집은 종종 재미있는 화젯거리가 된다. 집에 돌아오는 길 그날의 대화를 곱씹어보다 이 집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나와 비슷한 이웃들만 있는 곳에 산다면 나 역시 집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생활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사는 빌라 앞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자란다. 이웃 아주머니들은 식물의 요정인가 싶을 정도로 꽃과 채소를 잘 키운다. 집 안에도 이웃집 생활의 소리들이 희미하게 들린다. 저녁을 준비하는 소리, TV 소리. 이 소리에 둘러싸여 계단을 오르다 보면 집에 온 것 같이 편안하다. 이곳에 오래 산 이웃들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으니 감사한 마음도 든다. 앞으로도 이웃 때문에 내가 불편해지는 때가 없진 않을 것 같다. 다만 이제 그를 불평하지도 않을 것 같다.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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