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 기술발전과 윤리의 동행

기자 2022. 10.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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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6일,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제이슨 M 앨런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이겼고, 인간이 패배했다”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가 미술대회에 출품한 작품이 AI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융희 문화연구자

인공지능의 제작물이 대회에서 수상하는 사건 자체는 낯설거나 새롭지 않다. 2016년, 일본의 문학상인 ‘호시 신이치’ 상에서 사토 사토시 교수가 만든 인공지능의 소설이 1차 예심을 통과한 적 있었다.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만으로 공모전을 진행한 사례도 존재한다. 2018년 KT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총상금 1억원을 내걸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이 만든 웹소설 공모전을 열기도 하였다. 이렇듯 예술과 수많은 공모전에선 AI의 참여가 계속되어왔다. 그렇다면 이러한 AI를 이용한 예술창작이 최근 다시금 이슈가 된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과거에 비해 인공지능이 범용화되어 사용자들이 인공지능에 접근하기 쉬워졌으며, 사용 역시 무척이나 간편해진 것이 핵심이다. 앨런이 사용한 미드저니(midjourney) 프로그램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특별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모르더라도 가벼운 문장을 입력하기만 하면 쉽게 구현이 가능하다. 호기심으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이 프로그램이 발전하기 위한 데이터가 되는 형국이니, 앞으로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공지능이 예술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고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니 현재 예술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가 많이 사라질 거란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러한 러다이트(Luddite)식의 막연한 공포는 표면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 인간과 예술은 끊임없이 매체의 발전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붓이나 펜 대신 컴퓨터를 활용하게 된 순간부터 ‘도구’가 예술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그저 비율의 문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컴퓨터 도구의 활용은 고전적 예술의 제한요소를 혁신적으로 깨뜨리며 예술의 발전을 촉진시켰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이러한 도구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윤리의 해결이다. 과거 ‘이루다’ 파동처럼, 최근 대부분의 인공지능은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활용하도록 열어둠으로써 무한에 가까운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 과정에서 수집된 자료의 저작권이 제대로 지켜졌는지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더군다나 인공지능의 창작은 대부분 실존하는 창작자의 스타일을 모방하며 만들어진다. 그렇다보니 원작자가 만들어낸 적 없는 자료가 마치 원작자가 그린 것처럼 유통될 때, 이로 야기한 문제를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기술의 발전은 끊임없이 다양한 문제를 만들어낸다. 정부부처나 기술업계는 인공지능에 열광하지만, 정작 인공지능으로 촉발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의 윤리적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대중이나 예술가가 인공지능에게 느끼는 적대감은 바로 이곳에서 나온다. 기술을 발전시킨 후 윤리적 담론을 논할 것이 아니라, 기술발전과 함께 사회의 변화를 전망하고 윤리적 문제를 동시에 짚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리라.

이융희 문화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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