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특별감찰관 임명, 대통령실이 나서서 법대로 해야 맞다

기자 2022. 10.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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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눈칫밥 신세가 된 특별감찰관 임명 필요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에 따른 국정 리스크로 인해서다. 특별감찰관제는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되었다.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및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의 비위를 감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한국의 대통령은 일인에게 권한이 집중되어 제왕과 다름없다. 이런 까닭에 지난날 대통령 친·인척 등의 비위로 정권의 동력이 상실된 예가 한두 번이 아니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에 대한 엄중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최영승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법학박사)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에도 배우자 관련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국민의 눈에는 흡사 시한폭탄 같아 조마조마할 따름이다. 이런 때를 위한 것이 특별감찰관이다. 대통령실도 국민적 의혹을 덮으려고만 들 것이 아니라 있는 제도를 활용함이 현명한 처사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단초가 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사건을 포착한 것도 특별감찰관이었음을 떠올리면 그 역할에 대해서는 의심할 바 없다.

일부에서 공수처와의 업무중복을 지적하기도 한다. 감찰대상이 공수처 수사대상에 속한다는 점에서 둘은 일견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특별감찰관은 예방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차후 위법 여부를 가리는 수사기관인 공수처와는 다르다. 오히려 특별감찰관은 공수처의 수사정보력 한계를 메울 수 있으며 공수처는 특별감찰관의 활동을 실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보완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수사기관을 통해 대통령 측근의 비위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에 불과하다.

한편 감찰대상자에 대한 형사처벌이나 증거확보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검찰총장에게 고발이나 수사를 의뢰토록 하고 있다. 현행 특별감찰관의 감찰대상이 공수처의 수사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공수처장에게 고발 등을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 청와대 5급 행정관이 휴일에 군참모총장을 사적 장소로 불러낸 지난 정권의 일을 보더라도 대통령실의 감찰대상 확대가 필요하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지 족쇄가 아니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로 가뜩이나 민생이 팍팍하다. 하루바삐 빈자리를 채워 그동안 제기돼온 대통령 배우자 관련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동시에 미래 리스크 방지로 더는 이런 문제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발목 잡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

당선인 시절 윤 대통령 스스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특별감찰관을 부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래 놓고 지금 와서는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권에 걸림돌이 될까 봐서인지 그 속내는 알 길이 없지만 시종일관 공정과 상식을 외쳐온 태도와는 거리가 있다. 국회에 어물쩍 떠넘기려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야 한다. 지난 정권에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면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지금이라도 법대로 하는 것이 도리다.

최영승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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