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26] "넌 리더로서 자질이 없어"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2. 10. 1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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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면 관계도 끊을 수 있다는 콘텐츠가 인기가 있다. ‘모든 사람과 다 잘 지내기’란 비현실적 구도와 간격을 두려는 노력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절연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가족이다. 그리고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위아랫집도 어렵다. 예를 들어 층간 소음으로 힘든데 ‘에잇 손절, 이사 가자’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리고 회사에서 얽힌 비즈니스 관계다. 열 받을 때마다 그만둔다면 한 달에 몇 번은 이직해야 할 것이다.

‘넌 리더로서 자질이 없어’ 하는 말에 자괴감을 느낀다는 고민을 접했다. ‘내가 리더로 자질이 없어, 그렇게 이야기하는 네가 더 리더로 자격이 없어’라고 프리스타일 랩처럼 답해 주었다. 리더십에 대한 연구가 오랜 시간 관심 대상이다. 특히 구성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소통 방식은 중요한 주제다.

리더로서 자질이 없다는 식의 말은 ‘넌 싹수가 노래’ ‘너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 ‘너희 집은 왜 다 그 모양이야’처럼 상대방의 DNA를 모욕하는 말이다. 그래서 듣는 이에게 분노와 저항을 일으키게 된다. 당연히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힌다. 상대방의 행동 변화를 위해 이런 말을 했다고 변명한다면 리더십의 ‘ㄹ’도 모르는 행동이다. 자기 감정 조절 능력과 공감 소통력이 부족한, 할 수 있다면 절연해야 할 리더이다. 타인에게 조언할 때는 분노 같은 감정적 반응이 가라앉은 후 ‘다른 부분은 잘하는데 이 부분만 좀 더 개선하면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식으로 얘기해야 효과가 좋다. 뻔한 상식이다. 그러나 내 삶에 적용하려면 상당히 노력해야 한다.

앞에 나온 사연의 리더에게 상사와 관계를 끊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도 마음으론 절연하라 조언했다. 잘못된 조언에 내 마음이 다치고 지쳐서는 안 된다. 일상의 마음 관리가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에서 느끼는 자괴감이, 치료를 받아야 할 증상이나 질환은 아니지만, 내 삶의 사주팔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정한 에너지를 지니고 사는데 가뜩이나 부정적 감정이 끓어오르는 현재 스트레스 상황에서 그런 일로 자괴감까지 덮치게 되면 나와 세상을 보는 삶의 구도가 부정적으로 바뀐다. 내 미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앞의 사연과 반대로 스스로 리더로서 자질이 없다는 고민도 많이 접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구성원에게 잘못이 있어도 지적하거나 충고하기 망설여지고 내가 일단 해결해 주는 편인데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내용이다. 선택할 수 있다면 그런 리더 밑으로 가고 싶다. 절대 한심한 리더가 아니다. 효과적 조언에 대한 연습은 필요하겠지만, 오히려 타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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