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초대기업·초부자로 국민 갈라치는 못된 정치

박봉권 2022. 10. 11. 00: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국내주주 592만명
稅인하 배당확대 국민수혜
이게 대기업·부자특혜인가
지난해 대선 출마 출정식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을 외쳤다. '강한 자는 누르고 약한 자는 돕겠다'는 거다. 강자든 약자든 다 같은 국민인데, 한 나라를 이끌겠다는 지도자라면 이들 모두를 돕는 부강부약(扶强扶弱)을 말하는 게 정상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강·약자로 국민을 갈라쳤다. 이 같은 내 편 네 편 편 가르기에 신물이 난 국민들이 대선·지방선거서 잇달아 가혹한 심판을 했으니 반성할 만도 한데, 되레 갈라치기 왜곡 선동 고질병이 더 심해지니 황당하다. 이 대표는 기업 활력을 키우는 법인세 인하와 징벌적 보유세를 정상화하는 정부 세제 개편안에 '초대기업·초부자' 특혜 낙인을 찍고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의 베스트셀러 '초격차'에서 생뚱맞은 착상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초(超)' 자를 덧칠해 대기업·부자를 악마화하고, 대중의 반감을 부추기려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편을 갈라 분열과 갈등만 키우는 못된 정치다.

무엇보다 법인세 인하가 소수 재벌 대기업에만 집중적인 혜택을 주는 초대기업·초부자 감세라는 주장은 과연 정당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관계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거짓 선동일 뿐이다. 법인세 인하로 순이익이 늘면, 덩달아 배당 여력이 커지는 게 상식이다. 수혜자는 특정 개인이 아니라 전체 주주다. 삼성전자는 국내 주주가 592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이들 주주에게 딸린 가족을 4명으로 가정하면 얼추 국민 둘 중 한 명은 삼성전자 주가와 배당 영향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받는 배당도 찔끔 늘겠지만 그렇다고 초대기업·초부자 프레임을 씌우는 건 억지스럽다. 게다가 투자 여력 확대로 고용을 늘리고, 기업을 더 키워 주가가 상승하면 국민연금 수익률이 좋아지니, 국민 노후자금도 든든해진다. 납품 업체에도 떡고물이 떨어질 것이다. 법인세 인하 혜택이 국민 그리고 국가경제에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다. 이게 팩트인데도, 편 가르기를 선동하고, 시대착오적인 재벌 때려잡기에 올인하는 건 극렬 지지층 환심을 사려는 팬덤정치일 뿐이다. 법인세를 다른 나라보다 더 낮추겠다는것도 아니다.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려도 OECD 평균 법인세(21%)보다도 여전히 높다. 문재인 정권 때 채운 과도한 법인세 모래주머니를 풀어줘, 기업 잘되게 하겠다는데 이게 왜 그렇게 싫은지 이해 불가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보유세 폭탄을 제거하려 정부가 나서니 "상위 0.01%를 위한 특권정부"라며 초부자 감세 시비를 거는 것도 우스꽝스럽다.

민주당도 그렇고 이 대표도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 완화를 입에 올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고선 언제 그랬냐는 듯 세제 개편안에 초부자 감세라는 딱지를 붙여 반대하는 건 매표용 허언이었다는 실토에 다름 아니다. 때와 장소에 따라 말이 수시로 현란하게 바뀐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소득하위 70%가 받는 기초연금을 부의 규모와 상관없이 "65세 이상은 다 주자"고 하고, 코로나 재난지원금도 "부자는 국민 아니냐"며 전 국민에게 줘야 한다고 했던 게 이 대표다. "세금을 많이 내는 부자들을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처럼 한쪽으론 부자·빈자 가리지 말라면서, 다른 편에선 초부자 감세 갈라치기 선동을 하니 도대체 본심이 뭔지 종잡을 수 없다. 퍼주기식 선심성 돈풀기 등 줄줄 새는 혈세 낭비를 막겠다는데, 뜬금없이 장병 팬티를 뺏고 노인 주머니를 터는 비정·패륜 예산으로 둔갑시키는 거짓 선동도 가관이다. 말로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행동은 영 딴판이다. 앞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못하는 듯하다.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선동질을 멈추지 않으면 말의 무게와 신뢰가 시나브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양치기 소년의 우화를 곱씹어봐야 할 듯하다.

[박봉권 논설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