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커진 시진핑 권력, 더 커진 불확실성

손일선 2022. 10. 1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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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習 주석 영구집권 시대
미중 대립부터 대만 갈등까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변수 늘어
"내년 사업 전혀 예측이 안돼"
중국 진출한 한국 기업들 한숨
정부가 방관 말고 지원 나서야
"인간의 가장 오래된 감정은 공포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현대 공포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 작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1890~1937)는 인간이 얼마나 불확실성에 취약한지를 꿰뚫고 있었다.

그가 100년 전 이야기한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2022년 중국을 뒤덮고 있다. 코로나19와 제로 코로나 정책이 야기한 불확실성을 힘겹게 감당해오던 중국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진핑 영구 집권 시대라는 미지의 세계로 접어든 것이다.

오는 16일 베이징에서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개막한다.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3연임을 대내외에 공식 천명할 계획이다. 마오쩌둥 이후 처음으로 3연임하는 중국 지도자가 탄생하는 셈이다.

미국과 함께 G2로 자리매김한 중국의 불확실성 증폭은 국제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시 주석이 주창하는 '중국몽'이 미·중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지, 경제사상인 '공동부유'가 중국과 세계 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지, 시 주석의 과욕이 대만해협의 전쟁을 촉발할지 등 불안불안한 관전 포인트가 한두 개가 아니다.

한국도 시진핑발(發) 불확실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많은 분야에 여파가 있겠지만 불확실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업들의 타격이 크다. 한 대기업의 중국법인 대표는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 시즌인데 보고서 작성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부터 미국의 중국 제재, 시진핑 3연임 이후 달라질 정책 방향 등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또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는 한국 본사가 중국 사업 축소 또는 철수를 검토하는 계기가 됐다. A기업 중국 주재원은 "조만간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생존의 강'을 건너야 하는 시기가 다가올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한중 관계를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점이다. 이념과 정치사상이 다른 한중 양국 간 연결고리는 경제 분야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무너지면 한중 관계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중국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아직 정부의 인식은 안이해 보인다. 불확실성에 대한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 기업들의 불안감만 부추긴다. 정재호 신임 주중대사가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인들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내놓은 "파티는 끝났다"는 경고는 무책임하고 경솔하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은 한국 기업이 쉽게 손절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수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생존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의) 지원과 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新)시진핑 시대에 우리 정부와 기업은 원 팀이 돼야 한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iss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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