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고층 아파트를 위한 변명

김동은 2022. 10. 1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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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고층 아파트를 그닥 좋아하지 않았다.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거주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30층 넘는 고층 아파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면 어떻게 오르내릴까, 화재가 나면 위험하지 않을까 등등 갖가지 망상에 사로잡히곤 했다. 고층 아파트는 가구 수를 늘려 돈을 많이 벌려는 집주인과 건설사의 욕심 때문에 만들어진 사회악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 취재를 해본 뒤 도심 아파트는 높게 짓는 게 맞는다는 쪽으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다수 국민이 살고 싶어하는 도심에 새로 집을 지을 땅은 없고, 이 때문에 서울의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제한된 입지에 더 많은 집을 지으려면 건물 사이의 간격을 좁혀 빽빽하게 짓거나 더 높게 지어야 하는데, 두 가지 방법 중 사생활 침해나 일조량 등의 문제가 덜한 게 층수를 높이는 방법이라 한다.

이뿐만 아니라 고층 아파트는 최근 이슈가 된 반지하 주택 문제의 해결책도 될 수 있다. 반지하가 종국적으로는 사라져야 할 거주 형태란 점에는 동의하지만 반지하 거주를 금지하는 방안에는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 반지하에 거주하는 건 직장 등의 이유로 열악한 거주 환경을 감수하고라도 그 지역에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인데, 반지하가 사라지면 거주민들이 갈 곳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반지하 밀집 지역을 초고층 주거지역으로 바꾸는 방법으로 해결하자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 의견이다. 서울 아파트 집값이 비싼 이유는 땅, 즉 토지비가 워낙 비싸서인데 초고층으로 건물을 올리면 한 가구당 부담해야 할 땅값이 적어지므로 반지하 거주민들도 입주시키는 게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비좁은 땅에 지어진 초고층 아파트 생활이 아주 쾌적하진 않겠지만 침수 위협에 시달려야 하는 반지하보다는 주거 여건이 훨씬 개선된다는 것이다.

고층 아파트를 지으려면 용적률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 주거지역에서 최대 300%까지 허용되는 용적률을 꼭 필요한 지역에서는 풀어주자. 특혜 논란이 일지 않게 용적률 상향을 적용해주는 기준은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겠다. 이를 통해 부족한 도심 땅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 즉 치솟는 아파트 값과 열악해지는 저층 주거지 환경 등을 해결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동은 지식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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