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K방산은 새로운 한류가 될 수 있을까

2022. 10. 1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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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와 체결한 20조원대의 대규모 계약을 포함해 K방산의 수출 대박 행진이 해외에서도 큰 관심사다. 최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에는 43개국의 장차관급 고위 인사가 대거 몰려들었다. 우크라이나의 접경국인 슬로바키아는 전세기까지 동원해 30여 명의 대규모 사절단을 파견했다. CNN은 윤석열 대통령의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 선언을 집중 조명하고,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이 세계 방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메이저리그에 진입했다"는 해외 군사매체의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

K방산의 성장 배경이라면 정부의 꾸준한 투자와 세일즈 외교를 들 수 있다. 기업들의 기술 개발과 국산화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불안한 국제 정세가 중요한 지렛대가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격화되는 미·중 간 패권 경쟁을 지켜보며 세계 각국은 지금 어느 때보다 자위 수단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세계 무기 시장에서는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오랜 평화 속에 군비를 축소해온 유럽은 방산 역량이 예전만 못하다.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인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며 생기는 재고 공백을 채우기에 바쁘다. 고가의 최첨단 무기체계도 수년간 주문량이 쌓여 있는 데다 반도체, 배터리 등의 수급 불안까지 겹쳐 언제 전력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비교적 저렴한 중국과 러시아 무기를 구매하려면 서방 국가들의 제재와 관계 악화를 각오해야 한다.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에 현재 육·해·공의 무기체계를 신속하고 저렴하게, 또 적기에 대량 공급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분단 상황에 맞서 반세기 넘게 무기 개발과 생산력 강화에 힘써온 우리나라는 방산 수출의 일대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제는 세계 문화의 주역으로 자리를 굳힌 K컬처처럼 K방산 역시 지금의 기세를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보다 냉철한 상황 분석과 후속 전략 수립에 힘써야 한다.

K방산 역시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방산 선진국을 따라잡고 있다. 하지만 가성비 위주의 재래식 무기만으로는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최첨단 무기체계 원천기술은 선진 방산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고, 심화되는 기술패권 경쟁 상황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K방산에 대한 견제로 과거처럼 우호적인 분위기의 첨단 기술 이전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K방산이 선도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재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무인 로봇, 초연결 네트워크, 양자, 우주기술, 첨단 소재,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국방 연구개발(R&D) 적용을 더욱 서둘러야 한다. 방대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 등의 공공 R&D 역량을 국방에 체계적으로 접목하고 민·군 간 원할한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미래 국방 투자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첨단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스타트업 등 민간 혁신 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정책 신뢰도 향상과 함께 높은 진입 장벽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참고로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혁신단(Defense Innovation Unit·DIU)은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두고 구글, 아마존 등의 민간 자원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유연한 계약 방식 등의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K방산이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새로운 한류 등극의 굳건한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래현 KIST 미래국방국가기술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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