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골든타임 지나는 남양유업

조윤희 2022. 10. 1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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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매각을 둘러싸고 한앤컴퍼니(한앤코)와 홍원식 회장 간 벌이고 있는 경영권 분쟁을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해 양측이 합의한 본계약(SPA)이 특정 사유로 효력을 잃을 경우 오너와 경영권을 거래하는 사모투자펀드(PEF)들은 비슷한 상황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매각 미이행 사태에 대해 1심 재판부는 본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하며 홍 회장 측에 '주식 이전 계약을 이행하라'고 선고했다. 카페 프랜차이즈 '백미당'이 있는 외식사업부를 오너 일가에 넘기기로 했다는 이면 계약을 비롯해 홍 회장 측 주장은 대부분 기각됐다. 홍 회장 측은 법원 판단에 유감의 뜻을 밝히며 이달 초 항소를 제기하는 등 법적 다툼은 길어질 전망이다. 한앤코 측은 '1심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상장사에 경영권 분쟁은 치명적이다. 장기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임직원 동요는 말할 것도 없고, 소송과 여론전이 반복돼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기 십상이다. 회사의 본질적 가치와 관계없이 투자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대내외적 이미지가 악화되면 다시 본업에 영향을 주는 악순환에 빠질 개연성이 커서다.

이미 남양유업 경영엔 비상등이 켜졌다. 1조원을 넘겼던 남양유업 매출액은 지난 2년 연속 9000억원대에 머물렀다. 200억원을 전후하는 영업적자도 매 분기 이어지고 있다. 불가리스 허위·과장 홍보 사태로 겪어야 했던 불매운동의 상흔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40만원대를 보였던 남양유업 주가는 이달 들어 3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국내 유업계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와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남양유업은 진흙탕 싸움에 휘말려 경영 정상화조차 요원하다.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한 때에 경영권 분쟁이 장기 소송전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지켜보는 남양유업 임직원과 주주들의 피로감은 커지고 있다. 시장의 신뢰와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증권부 = 조윤희 기자 choyh@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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