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꽃놀이 보자고 도로를 주차장 만든 시민의식 실종 부끄럽다

2022. 10. 1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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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인근 강변북로가 지난 8일 거대한 주차장이 됐다. 시민들이 당일 오후 7시 20분부터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세계불꽃축제를 보겠다고 차를 무단 주정차한 탓이었다. 시속 80㎞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차를 함부로 세우는 건 위험천만한 일인데도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불꽃 쇼를 보겠다고 차 밖으로 나오기까지 했다. 축제에 앞서 경찰이 강변북로나 한강 교량에 불법 주정차하는 차량은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발표도 했으나 속수무책이었다. 마포대교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경찰이 "통행하려는 차와 구경하려는 차가 뒤섞여 경적이 울리고 아비규환이었다"고 할 정도였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고 하는 대한민국의 시민의식이 겨우 이 정도라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쓰레기 투척도 심각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 쓰레기가 산을 이뤘다. 시민들이 버리고 간 돗자리는 물론이고 음식 찌꺼기와 일회용 플라스틱 같은 온갖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주최 측인 한화가 직원과 미화원 2000명을 동원해 수거한 쓰레기만 50t이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축제가 열린 2019년의 45t보다 5t이 늘었다고 하니 시민의식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올 만도 하다. 시민들은 안전수칙까지 무시했다. 주최 측은 뱀이 출몰하거나 경사가 급한 곳은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안전한 곳으로 이동을 부탁드린다'고 현수막을 붙여놓았으나 무용지물이었다. 위험구역을 점거한 시민이 수천 명을 넘었다. 이러니 불꽃 쇼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시민의식은 그에 훨씬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축제는 시민들이 창조적 활동에 함께 참여하면서 공동체의식을 북돋는 장이다. 그러나 '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에 도로를 마비시키고 쓰레기 산을 만들며 안전수칙까지 무시한다면 축제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런 축제를 왜 해야 하는가"라는 말까지 나오게 된다. 한국이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와 민주주의에서도 선진국이 되려면 성숙한 시민의식은 필수다. 축제 때마다 시민들이 양심을 내팽개친다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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