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개운치 않은 불꽃축제

박병진 2022. 10. 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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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한 지인이 보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경찰이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불법 주·정차하는 차량에 대해 견인 등 강력한 단속을 시행한다고는 했으나 말뿐이었다.

한 커뮤니티에는 '불꽃축제 이런 건 너무하네요'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올림픽대로 한가운데 차량을 세워놓고 불꽃축제를 바라보는 수많은 시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게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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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한 지인이 보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형형색색 불꽃 사진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실제 현장에서의 감동은 어떨까 싶었다. 전날 불꽃놀이를 보러 남산으로 향한다는 한 후배는 “세계일보가 명당자리인데 아이들 데리고 구경 가지 않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회사에서는 이미 직원 가족들과 지인들을 위한 초청행사를 성대히 준비했다. 반응이 뜨거웠다고들 한다. 선약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게 후회로 남았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지난 8일 밤 3년 만에 다시 열려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We Hope Again’(우리는 다시 희망한다)이라는 주제로 개최돼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의 일상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약 100분 동안 진행된 불꽃놀이에는 10만발 이상의 폭죽이 사용됐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한국을 포함해 일본, 이탈리아 등 3개 팀이 참가했다. 내용은 더욱 화려하고 다이내믹해졌다.

이날 밤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관람 명소인 63빌딩 앞과 이촌 한강공원, 한강대교 중앙 노들섬 등을 가득 메웠다. 이러다 보니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자리 다툼에 고성이 오가고, 특수를 노린 얌체 상술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고질적인 쓰레기 문제도 반복됐다. 3년 전 행사 때보다 11% 늘어난 50t이 수거됐을 정도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에선 통행하려는 차와 구경하려는 차가 뒤섞여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아찔한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이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불법 주·정차하는 차량에 대해 견인 등 강력한 단속을 시행한다고는 했으나 말뿐이었다.

축제는 희망을 외쳤지만 시민의식에 절망을 느낀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 커뮤니티에는 ‘불꽃축제 이런 건 너무하네요’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올림픽대로 한가운데 차량을 세워놓고 불꽃축제를 바라보는 수많은 시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게시됐다. 누리꾼들은 “사고라도 나면 구급차도 못 움직이는 것 아니냐” “중국 욕을 왜 하냐. 우리가 소(小) 중국인데…”라는 등 비판을 쏟아냈다. 수준급 축제에 옥에 티가 된 시민의식.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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