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규칼럼] 위기관리 컨트롤타워 바로 세워야
北 잇단 도발 양상 심상치 않아
경제부처 위기의식 감지 어려워
국민 신뢰 받으려면 실수 피해야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지났다. ‘국익과 실용’, ‘공정과 상식’을 국정운영 원칙으로 내세웠지만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않았다. 국정이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안보와 경제 등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국가적 위기감은 날로 커진다. 어느 틈에 위기관리가 최우선 국정 과제가 됐다.
외교에서도 실수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윤 대통령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앞두고 대통령실은 “유엔총회 기간에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해놓고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 섣부른 발표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무산되고 뉴욕 행사장의 ‘48초 대화’로 대체됐다. 윤 대통령이 행사장을 나서면서 비속어 섞인 발언을 한 모습이 포착돼 논란만 키웠다. 한·일 정상회담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있는 건물로 찾아가 30분간 진행됐지만, 모두발언이 공개되지 않고 취재기자단도 없었다. 우리는 ‘약식 회담’으로 규정한 반면 일본은 ‘간담’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나 문책이 따르지도 않았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현상에 휩싸인 경제도 심각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8월 경상수지 적자 등 악재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시아 외환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한국 원화를 아시아에서 가장 취약한 통화의 하나로 꼽았다. 금융시장 혼란에도 정부의 존재감은 미약했고, 경제관료들은 경제위기 가능성을 부인하는 말만 되풀이한다. 위기의식을 감지하기 어렵다.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는 유사시에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유연하고 기민하게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위기관리 컨트롤타워가 존재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곳저곳에서 일이 터지지만 수습 과정에서 제때 조치를 취하지 못해 혼선을 빚곤 한다. 자칫하면 모든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 돌아갈 판이다.
영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런시먼은 저서 ‘자만의 덫에 빠진 민주주의’에서 “민주국가는 적응력이 강하기에 그 어떤 대안 체제보다 위기를 잘 극복한다. 실수를 거듭한다 해도, 민주국가는 해결책을 찾아 더듬거리며 계속 나아간다”고 했다. 이런 말을 덧붙였다. “민주국가는 위기로부터 지혜를 얻기보다는 안주할 공산이 크다. 즉 민주국가가 배우는 것이란 자신은 실수를 해도 그것을 견뎌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국가가 실패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는데, 불필요한 실수를 거듭한다면 말이다.” 정부가 새겨들어야 한다.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면 먼저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말과 행동을 신중히 하면서 불필요한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할 때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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