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다음이 없는 경우

2022. 10. 1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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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라면 표시선 너머로 뜨거운 물을 부어버렸습니다.

눈금을 넘은 컵라면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 세상이 라면 국물이 넘쳐나는 국물통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 컵라면 눈금에 정확하게 맞춰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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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철
편의점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채우면서 다음의 경우를 생각하다가
표시 선을 넘어버린다
다음의 경우라면 한계 수위를 넘었더라도 일정 정도의 체내 염도 유지를
위해 삼각김밥이나 가염 반숙란을 추가 할 수 있을 것이지만
다음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고 컵라면이 익어가기를 기다리다가
잔반 국물통에 한계 수위를 넘실거리는 라면 국물처럼
붉게 물든 취식대 통유리 쪽 노을빛을 넋없이 바라본다
다음의 경우라면 어떠한가 전자렌지에 데운 김밥의 단무지가 뜨거워져 버린 것
씹던 단무지를 뱉어버리고 세상은 버려진 라면 국물이 넘실거리는
국물통 같다고 생각하다가
다음의 경우를 생각하려던 이 한계 수위를 넘어버린 삶의 다음이 없는 경우라면
편의점 통유리 쪽 노을빛을 넋 없이 바라보다가

컵라면 표시선 너머로 뜨거운 물을 부어버렸습니다.

눈금을 넘은 컵라면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싱거우면 삼각김밥이나 짭짤한 반숙란을 추가할 수 있으니까요.

그보다는 넘치려는 라면 국물과 한계 수위에 있는 잔반통을 보면서

넘실거리는 국물을 버릴 수 있는지 가늠해보다가

이 세상이 라면 국물이 넘쳐나는 국물통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삶에서 한계 수위를 넘어버린 다음 삶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잔반통을 깨끗이 비웁니다.

입안 뜨거워진 단무지도 뱉습니다.

한계 수위를 넘어버린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 시작합니다.

새 컵라면 눈금에 정확하게 맞춰 뜨거운 물을 붓습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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