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규의 작살]세종대왕·정조대왕 시대 아니다

2022. 10. 1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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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3개 동의 비서실 건물이 새로 들어섰다.

명칭이 '여민관'(與民館)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9월, 여민관을 위민관(爲民館)으로 바꿨다.

위민, 백성을 위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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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민→위민→여민..짜증나는 정치판
김동연의 핵심도정철학 '실사구시·공명정대' 이해불가
역대 지사들의 반복된 행태..짜증나는 산하기관·공무원 도민 많다
경기북도 성공하면 우린 어떻게 되죠?..공무원 걱정 태산
경기도청.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 #1.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2004년 12월. 청와대에 3개 동의 비서실 건물이 새로 들어섰다. 명칭이 ‘여민관’(與民館)이다. 여민은 맹자 ‘양혜왕장구 하편’에 나오는 ‘여민동락’(與民同樂)에서 유래했다. 왕이 자기만 즐기면 백성들이 반발하지만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하면 백성들도 함께 기뻐할 것이란 의미다.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9월, 여민관을 위민관(爲民館)으로 바꿨다. 위민, 백성을 위한다는 뜻이다. 세종대왕의 위민정치를 본받겠다는 명분이 담겨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 만에 위민관을 여민관으로 되돌렸다. 이렇게 여민과 위민은 대통령이 바뀔때마다 동네북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민의 의미다.더불어가 여민이란 의미를 담았기 때문이다.

#2.정권이 바뀌면 공식이 어김없이 나온다. 전임자가 만든 이름을 바꾸고 전 정권 흔적을 지운다. 명칭만 변경될뿐 실제로 국민이나 도민들이 체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후임자는 그것을 또 바꾸고 흔적을 없앤다. 점령군(?)이 들어온다. 반복된 패턴이다. 위민을 내세우고 친서민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백성들보다 토건업자들 배를 더 불렸다. 여민이나 위민은 철학의 지향점이 다르다. ‘여당(與黨)’ 의 사전적 의미는 정부 정책을 지지하여 서로 짝이 되는 무리'라는 의미다. ‘여민(與民)도 마찬가지다, 당의 자리에 민을 대입했다. 하지만 ‘위민(爲民)’은 다르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 백성을 위한다” 는 뜻인데 ‘누가’ 라는 주어가 빠져 있다. 도대체 누가 국민이나 도민을 위한다는 것일까? 지금은 왕정이 아닌 공화정 시대이니 임금이 백성을 위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애티튜드(attitude·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여민’ 이 정부와 국민의 수평적 관계를 강조한다면 ‘ 위민 ’ 은 정부와 국민의 수직적 관계에 방점을 찍는다.

#3. 경기도지사가 바뀔때마다 공식 패턴이 일어난다.경기북부 활성화라는 공통 화두를 갖는다. 경기북부에 목숨 건 지사가 한둘이 아니다. 남경필 전 지사때는 심지어 자신을 ‘북경필’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북부지역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청 몇개 실국을 옮겼다. 이때 공무원들은 ‘이산가족’ ‘주말부부’가 되기 시작했다. 누가라는 주어를 대입하면 남경필이다. 이재명 전 지사때는 아예 산하기관 이전을 발표했다. 반발도 심했다. 일부 산하기관은 사옥부지를 마련했다.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번에는 김동연 지사다. 아예 경기북도라는 거창한 분도 작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산하기관 공무원들은 ‘멘붕’이 왔다. 이전했다가 경기북도가되면 자신은 경기남도 공무원이 되는지, 원래자리로 철수하는지도 궁금했다. 하소연 할 곳이 없는지 이따금 기자에게 물어보는 공무원이 꽤있다. 답하기 어렵다. 경기북도 탄생이 성공할 가능성도 그다지 높아보이지않지만 그것까지 계산됐으면 김동연 지사가 알려줬으면 한다. 산하기관과 북부청으로 이전한 경제실 직원들은 복귀가 되는지, 그대로 눌려 있는지 사실 궁금하다.가정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4. 왜 역대 지사들은 당선만 되면 북부를 공략하는지는 너무 뻔하다.유권자 표 때문이다.북부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면 1등 치적에 전라도처럼 몰표로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다. 하지만 산하기관은 ‘동네북’이다. 지사 당선때마다 긴장해야한다. 이번에 어디로 갈 지도 모른다.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시공사를 경기주택도시공사로 바꿨다. 이헌욱 전 사장이 있을때 일이다. 이헌욱 전 사장은 이재명 사람이다. 경기도 공무원들은 ‘그들만의 리그’에 짜증이 난다. 하지만 참을뿐이다. 인사권 때문이다. 공무원사회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라고해도 ‘돌출행동’은 위험하다는인식이 아직도 팽배하다. 레드팀이 탄생했다. 레드팀은 ‘일회용컵 사용 독려팀’이 아니다. 김 지사와 일합을 겨눌 배짱이 있어야한다.

#5.지사나 지자체장이 바뀌면 전임자가 만든 구호나 철학이 바뀐다. 도정 구호가 다르기 때문에 도청에 걸리는 간판부터 빨리 내리고 변경한다. 심지어 똑같은 경기도청인데 다른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 홍보용으로 사용하기를 권한다. 김동연 지사만 광교신청사에 입주해 이런 일이 없다. 권력이 바뀌면 전임자가 만든 이름을 바꾸고 전 권력의 흔적을 지운다. 이게 역사다. 할 일이 태산인데 쓸데없는 홍보에 ‘올인’한다. 미사여구가 동원되고 그럴싸한 정치 철학이 공개된다. 단골 위인은 정조대왕이다. ‘실사구시’가 정치인의 단골 사자성어가 된지 오래다. 이 사자성어를 안쓰는 광역·지체장은 찾기 힘들다. 전임자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지만 나중에 보면 전임자보다 못하거나 크게 다르지 않다. 감옥까지 간다. 여민 이냐 위민 이냐는 문제는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는 행위만큼 사소한 일이 아니다. 쟈크 데라다는 똘레랑스(관용)가 권력을 쥔 자의 시혜적인 느낌이 강해서 불편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은 세종대왕의 시대도, 정조대왕의 시대도 아니다. 김동연 경기지사 도정 핵심철학은 ‘실사구시’와 ‘공명정대’다. 누가 라는문제에 접근하면 권력을 쥔자(김동연)가 도민에게 주는 환대라는 느낌도 든다. 두 구호는 김동연 100일을 보면 언행일치가 안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만약에 실사구시와 공명정대를 줄 수있고 실행한다는 김동연식의 방식에 ‘누가’를 도입하면 도민들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당연한것에 생색낸다”고 말이다. 김동연 지사도 잘 알겠지만 경기도민은 경기도청의 ‘자식 새끼’가 아니다. 이재명의 말에 대입하면 김동연은 머슴일뿐이다. 누가라는 주어를 붙히면 꽤 불쾌한 도민이 많다. 역사가 주는 교훈은 중요하다. 하지만 세대가 바뀐다.

#6. MZ 세대라는 말이 나돈지 오래됐다. 영어로 ‘Millennials and Gen Z’라는 말이다.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 10대 후반에서 30대의 청년층으로 휴대폰,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에 친숙하다. 이들은 변화에 유연하고 새롭고 이색적인 것을 추구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쓰는 돈이나 시간을 아끼지 않는 특징이 있다. MZ세대는 플랫폼에서의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MZ세대가 금융산업 판도 뒤흔들고 있다. 이들은 아직 자산과 소득이 적지만 과감한 레버리지(대출)로 소비와 투자에 적극적이다. ‘영끌(영혼을 끌어모은) 대출’로 주식과 암호화폐 상승장을 주도하기도 했다. 세상이 이만큼 변했다. 역사에서 최고 좋은 사자성어를 찾는것도 중요하지만 남들과 다를게 없다. 누구도 보지못한 창조적인 단어와 언어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발빠른 정치인이 이젠 나올때가 됐다. 세종이나 정조가 MZ 세대를 알리가 없다. 사자성어가 주는 무게보다 시대에 맞는 실용이 더 중요하다.

fob14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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