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고 날아든 제초제..잿빛 된 논밭 '애먼 피해'

오정현 2022. 10. 10.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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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앵커]

물류단지가 들어설 땅에 뿌린 제초제가 바람을 타고 날아가 근처 논밭을 덮쳤습니다.

벼는 바싹 말라버렸고, 출하를 앞둔 팽나무도 죽어 피해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오정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가을 햇볕 아래 한창 알곡을 채워야 할 벼가 바싹 말랐습니다.

마치 갈대밭처럼 잿빛이 된 논은 길을 따라 수백 미터에 이릅니다.

논 안쪽 살아있는 벼와 색이 또렷이 구분됩니다.

제가 서 있는 길가 근처 벼들은 모두 고사해 이처럼 선 채로 짚풀이 됐습니다.

지난여름, 폭 3미터 길을 끼고 맞닿은 물류단지 조성 예정 터에서 잡초를 없애다 빚어진 일입니다.

드론을 띄워 살포한 제초제가 근처 논밭까지 덮친 겁니다.

가림막 같은 안전장치는 따로 없었습니다.

[벼 피해 농민/음성변조 : "풀 약(제초제) 맞은 벼를 누가 사 먹으려고 하겠냐고. 요즘에 다 친환경으로 바뀌는 판국에. 수매하기도 걱정이고 그렇죠."]

팽나무밭도 피해를 봤습니다.

잎은 손만 대도 바스러질 정도로 말라버렸습니다.

["보세요. 전체가 다 말라 비틀어졌잖아요."]

7백 그루에서 마름 증상이 나타나 9천만 원어치 피해를 봤다고 호소합니다.

[송호석/팽나무 피해 농민 : "6년 키운 건데 올해 10월에 나가야 할 나무인데 나가지 못했습니다. 계약이 취소되고 저한테 애먼 피해가 왔죠."]

뜬금없이 날아든 제초제로 한해 농사를 망친 농가는 18곳.

업체는 곧바로 피해 농가들과 보상합의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피해에 대해선 보상 금액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류단지 조성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어쨌든 피해가 갔으니까 저희가 보상을 해야 하잖아요. (일부는) 너무 많은 금액을 요구하니까. 그건 이제 시간을 두고 협의를 계속 하려고…."]

보상을 받지 못한 농가는 재물손괴 책임을 묻겠다며 업체를 형사 고소까지 한 상황이어서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

오정현 기자 (ohh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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