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공들인 성남시의료원, 정권 바뀌자마자 민간에 떠넘기는 게 정상인가"

김태희 기자 2022. 10. 1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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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공동대책위원장 인터뷰
경기 성남시의회 로비에서 지난 4일 박재만 성남시의료원 시민공동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오른쪽) 등이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 조례’를 철회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지방선거서 국민의힘 승리 이후
‘민간위탁 조례’ 발의 등 절차 진행
“경영 문제, 코로나·경영진이 초래
조사·개선 노력 없이 위탁 주장해”

“시민들의 의지로 성남시의료원이 설립되는 데 꼬박 20년이 걸렸습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불과 3개월 만에 역사와 노력을 뒤집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지난 4일 경기 성남시의회 1층 로비에서 만난 박재만 성남시의료원 시민공동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최근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 조례’(성남시의료원 설립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를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2011년부터 성남시의료원 건립 운동에 참여했다. 의료원 설립운동사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의료원 설립 과정 전반에 깊게 관여해왔다. 그는 성남시의료원 설립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민간위탁은 손바닥 뒤집듯 단순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박 위원장의 말처럼 성남시의료원은 설립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성남시의료원 설립의 역사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남시 구도심에 있는 종합병원급 병원인 인하대병원이 문을 닫으며 의료공백 문제가 생겼다. 시민들은 분당, 송파, 강남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기 위해 먼 거리를 다녀야 했다.

시민들은 시립 병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거리로 나서 목소리를 높였다. 1·2차에 걸쳐 주민발의 조례 제정 운동을 벌였다. 시민들의 노력 끝에 2006년 전국 최초로 공공병원 건립을 위한 조례가 만들어졌다. 이후 한나라당의 조례안 폐지 시도와 예산 갈등 등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성남시의료원은 2020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하면서 ‘민간병원 위탁’을 위한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성남시의료원은 매우 이례적이고 상징성이 있는 공공병원입니다. 시민들이 자신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얻어낸 시민의 병원이죠. 단순히 경영상 문제를 들면서 민간에 위탁주겠다는 건 ‘시민의 병원’에서 ‘시민’을 지우겠다는 겁니다.”

박 위원장은 코로나19 시기 성남시의료원이 해왔던 공익적 역할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 초창기 대학병원들은 환자를 받기 주저했고, 성남시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들이 감염병 전담병원의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민간병원은 수익성을 우선하는데 코로나 환자를 받기 시작하면 (감염 우려 등으로) 외래환자 비율이 불가피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병원이 사라진다면 코로나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어느 누가 나서려고 할까요.”

박 위원장은 코로나가 끝나자마자 성남시의료원의 경영상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토사구팽’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로 인한 문제, 경영진으로 인한 내부적인 문제로 성남시의료원은 어려운 상황이 닥친 것”이라며 “이런 것에 대한 최소한의 개선 노력과 객관적인 조사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단순히 민간위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을 비롯한 성남시의료원 시민공동위 구성원들은 성남시의회 회기가 끝나는 21일까지 성남시의회에서 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그들은 성남시의료원이 민간병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시민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이미 전국적으로 공공병원을 민간에 위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성남시의료원이 민간병원에 넘어간다면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봐요. 시민사회와 힘을 모으고 공공의료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연대해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겠습니다.”

글·사진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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