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① 불법 촬영 900건 신고했지만, '불송치' 거쳐 기소는 70건?
[KBS 창원] [앵커]
KBS는 불법 촬영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들여다보는 연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첫 순서는 옛 남자친구로부터 900건의 불법 촬영을 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두 피해 여성들의 얘깁니다.
경찰은 이 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처리했는데, 이들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인 검찰도 70여 건만 기소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김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여성 A씨와 B씨는 한때 연인이었던 한 30대 남성을 2년 전 '불법 촬영'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이 남성의 USB에는 여성들의 별칭으로 이름 붙여진 5개의 폴더 안에 A씨의 신체 부위와 성관계 장면이 찍힌 촬영물 300여 건, B씨와 또 다른 여성들의 촬영물이 600여 건 넘게 담겨 있었습니다.
[피해자 A씨/음성변조 : "(불안과 우울로) 제일 약을 많이 먹을 때는 하루에 13알도 먹었거든요."]
그런데 여섯 달 뒤 경찰은 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처리했습니다.
이유가 담긴 불송치 통지문입니다.
교제할 당시 영상으로, 의사에 반하거나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촬영을 거부해야 하지만 의사가 확인 안 된다, 피의자의 촬영 사실을 피해자가 몰랐을 리 없어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겁니다.
B씨의 촬영물 역시 같은 이유로 불송치 결정이 내렸습니다.
삭제한다는 말에 속아 마지못해 촬영했지만, 유죄의 증거가 되지 못했습니다.
[피해자 B씨/음성변조 : "그 어떤 사람이 자신의 신체를 평생 소지할 수 있는 권리를 그 사람한테 준다는 게, 그걸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더 큰 문제는 촬영 당시 A씨가 10대 고교생이었다는 점입니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 관련 판례에는 미성년자의 경우 피해자의 동의를 받고 제작했더라도 처벌 대상이 되는데도, 경찰이 놓친 겁니다.
[경찰/음성변조 : "수사팀에 온 경력들이 얼마 안 됐어요. 아동 성 착취물 그 부분을 놓쳤고..."]
A씨의 촬영물 가운데 3건은 해외 SNS에 유포됐는데도, 게시 일자와 게시자가 확인되지 않고, 피의자가 일관되게 부인한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억울한 피해자들은 '이의 신청'을 냈고,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30대 남성을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 등 4개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미성년 시절이거나 '항거 불능' 상태 촬영물이 발견된 건데, 전체 900여 건 가운데 70여 건만 기소로 이어졌습니다.
[임수진/변호사 : "자신의 신체나 성관계 영상이라든지, (피해자들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 고통을 겪는지 자각을 많이 못 하는 수사기관의 태도도 문제라고 보고요."]
2020년 기준 불법 촬영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사건은 4천7백여 건, 이 가운데 검찰은 34%를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KBS 뉴스 김소영입니다.
촬영기자:조형수·지승환/그래픽:박수홍
김소영 기자 (kantap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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