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합치자" 예천군은 "글쎄"
예천 유림단체 "경북도청 이전 후 성장도시로 변화 중" 반대
경상북도 북부권을 대표하는 ‘안동시’가 인접한 ‘예천군’에 시·군 통합을 제안하고 있지만 외면당하고 있다. 군 단위 기초지자체가 시 단위 기초지자체에 행정구역통합을 요청하는 전례와 다른 양상이다. 경북도청이 옮겨지면서 안동에는 행정단지가 예천에는 주거·상업시설이 배치되면서 ‘인구유입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동시는 지난달 안동·예천 행정구역 통합추진 지원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경북도청 신도시 생활권을 일원화를 통해 주민불편을 해소하고 지방소멸 극복, 도시경쟁력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안동시는 오는 17일로 예정된 시의회 임시회에서 조례안이 통과되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으로 행정통합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라고 10일 밝혔다.
반면 예천지역 7개 유림단체는 지난 7일 예천문화회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안동시의 행정통합 추진은 예천군민을 우롱하고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예천군은 예산 1조원, 인구 6만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지방소멸도시에서 성장도시로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천 지역민이 안동과의 행정통합을 반대하는 이유는 경북도청 이전 이후 최근 두 지자체 간 인구변화 흐름이 극명하게 달라서다. 도청 신도시는 2015년부터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등 2개 기초지자체에 걸쳐 들어섰다.
예천군의 인구는 2015년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이 지역 인구는 2015년 4만4674명에서 지난해 5만5739명으로 26.4% 늘었다. 특히 신도시 인근 호명면 인구는 2015년 2669명에서 지난달 2만333명으로 7배가량 늘었다. 이는 예천군 전체 인구의 36% 수준이다.
반면 안동시의 인구수는 도청 이전을 계기로 오히려 줄었다. 2015년 16만9221명이었던 안동시 인구는 지난해 15만6972명으로 감소했다. 예천군 인구가 26.4% 늘어날 때 안동에서는 7.2% 줄어든 것이다.
안동지역 인구감소의 원인은 전국 지자체 대부분이 겪는 저출산과 고령화,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 등이다. 여기에 경북도청 신도시의 주거 및 상업지구가 예천군에 몰려있는 것에 비해, 안동은 도청과 경북경찰청 등 행정단지 위주로 조성돼 정주 인구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도청신도시 예천지역에는 8057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안동은 1575가구만 조성돼 있을 뿐이다.
안동시는 풍산읍에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유치하고도 인구 증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풍산읍에서 안동의 대표적인 주거지역인 옥동까지는 18㎞로 20분 정도 소요된다. 반면 도청신도시까지는 6.8㎞로 8분이 걸린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SK 직원 대부분이 예천의 도청신도시에 터를 잡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경북도청 신도시 2단계 사업에 반영된 5676가구 공공주택도 대부분 예천군에 있다. 2025년 2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1만4000여명의 인구 유입이 예상된다. 지방소멸을 걱정하던 예천군과 경북북부 중심지인 안동시의 입장이 뒤집힌 이유다.
‘안동·예천 행정통합’은 권기창 안동시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인구 16만명선이 무너지며 지역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감도는 안동시 입장에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반면 김학동 예천군수는 “안동·예천 통합은 시기상조”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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