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단체 빼고..'여가부 폐지' 여성계 의견 들었다
뒤늦게 공개 의견 수렴 나서
반발한 '여연' 등은 초청 제외
여성가족부가 부처 폐지와 관련해 여성계 의견을 듣겠다며 간담회를 열면서 폐지 반대 단체들은 초대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논의를 폐쇄적으로 진행하다 비난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공개적으로 여성계 의견수렴에 나선 것인데, 그마저도 정부의 ‘입맛’에 맞는 단체들만 초청했다.
1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여가부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숙 장관 주재로 열린 ‘정부조직법 관련 여성계 의견수렴 간담회’에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등 그간 여가부 폐지에 강하게 반발해 온 단체들을 초청하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는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여성계에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 개편안은 여가부 주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하고 부처는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연은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여성민우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등이 가입한 대표적인 여성단체다. 정부의 여가부 폐지안에 꾸준히 반대 의견을 내 왔다. 여연은 지난 7일 성명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한국의 여성 인권 증진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지난 20여년간 애써온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고, 명백히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여가부는 그간 부처 폐지에 강경하게 반대하지 않은 단체들 위주로 간담회를 꾸렸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단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여성가족부 폐지는 절대로 정치적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부처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후인 지난 3월30일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게 부처 폐지 대안으로 ‘여성가족부→가족부 개편’ ‘각 부처 양성평등전담부서 설치’ 등을 건의했다.
여가부가 부른 참석자들은 간담회에서 부처 폐지안에 ‘일방적 찬성’ 반응을 보였다.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여가부의 개편 시도는 긍정적”이라며 “개편 과정에서 슬기로운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은주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은 “대통령 공약이므로 지켜야 한다”며 “여성편향 정책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긍정적”이라고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향후 (이날 참석 단체 외) 여러 여성단체 및 청소년 단체와 소통할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 있다”면서도 “아직 간담회나 설명회 같은 행사 계획이 잡힌 것은 없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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