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2호기 환경영향평가서 열람한 주민 0.02%

박상영 기자 2022. 10. 1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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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 늘리기 위한 의견수렴
분량만 500쪽..사이트 불편
시민단체 "요식행위에 불과"

내년 4월 설계수명이 다하는 ‘고리 2호기’ 운행 연장을 위해 필요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열람한 주민이 대상자의 0.02%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명이 끝나는 노후 원전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형식적인 의견수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한수원이 파악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 공람자 수는 약 750명에 그쳤다. 이는 공람 대상 주민 387만9507명 중 0.02%만 평가서를 봤다는 뜻이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설계수명이 완료되는 고리 2호기를 계속 운행할 경우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을 평가한 보고서로, 공람은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고리 2호기의 수명 연장을 하기 전에 꼭 거쳐야 하는 의견수렴 절차 중 하나다.

현재 국내에 가동하는 원전 중 가장 오래된 고리 2호기는 내년 4월8일 가동시한(40년)이 만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 방침에 따라 수명 연장으로 가닥이 잡혔다. 한수원은 2026년쯤 재가동을 목표로 지난 7월8일부터 9월5일까지 60일간 주민 공람을 진행했다. 이후 공청회 같은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완성하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바탕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운영 변경 허가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었다.

주민들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열람하더라도 의견서를 제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고서 분량만 거의 500쪽에 육박하는 데다 전문적인 용어로 채워져 있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으로 열람할 경우 문서를 내려받지 못하게 하고, 해당 사이트에서만 읽을 수 있도록 해놔 제대로 된 열람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환경·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탈핵시민행동은 “현재 제출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중대사고 시나리오도 미흡하고 피폭·인명 피해를 평가한 결과가 명확하지 않은 등 주요 내용이 빠지거나 축소됐다”며 “수명 연장 시 뒤따라올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 역시 포함되지 않아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10월 중 고리 2호기 계속 운전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주민 공람을 추가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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