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 얻기엔 너무 멀리 온 권성동의 '윤심 마케팅'
잇단 실책으로 친윤계 상당수와 거리 멀어져 효과 의구심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사진)이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정부 등 야권에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대야 강공 선봉장을 자처하고 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 당대표” 메시지 노출 등 잇따른 실책으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조용한 행보를 할 거라는 예상과는 정반대 움직임이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이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는 것과도 대비된다. ‘윤심’(윤 대통령 의중)과 보수층 지지를 다시 얻어 윤핵관 입지를 회복하고, 이를 발판으로 차기 당대표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 의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거의 매일 여러 ‘논평’이 올라온다. 한글날 연휴인 10일에도 “(이재명 대표의) 반일선동은 자신의 죄악을 향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자는 심산”이라며 “그 뿌리는 80년대 운동권식 세계관”이라고 이 대표의 ‘친일 프레임’을 겨냥한 글을 게시했다. 권 의원은 여당에 불리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신호탄 역할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엄호를 위해 ‘불길’에 뛰어든다. 윤 대통령 비속어 파문과 대통령실의 해명 번복으로 부정적 여론이 커질 때 이 사건을 ‘MBC 자막 조작’으로 규정했다. 지도부가 사태 수습에 무게를 두던 지난달 28일에는 MBC 항의방문에 앞장섰다.
지난 5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에게 보낸 ‘서해 피격 사건’ 문자메시지 파문 이후 감사원의 정치감사 논란이 일자 문재인 정부 당시 감사원 중립성 논란을 제기했다.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게 “혀 깨물고 죽지”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권 의원은 지난 4월 윤심을 등에 업고 원내대표에 당선됐지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 합의 및 철회,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체리따봉’ 메시지 사건 등 연이은 구설에 휘말렸다. 7월8일 이준석 전 대표 1차 징계 이후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데에도 권 의원 책임이 컸다. 당내에서는 권 의원 행보가 내년 초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대치 국면의 최전선에서 직접 총대를 메고 뛰면서 잃었던 윤심과 당 지지층 신뢰를 회복하려 한다는 것이다.
권 의원이 당 일각의 비판에도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모셔온’ 것도 차기 행보를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 초선 의원은 “권 의원이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면서도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원하는 판을 다 만들어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심을 얻기엔 너무 멀리 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장제원 의원을 비롯해 상당수 친윤석열계 의원들과도 멀어진 상황이다. 권 의원이 후임 원내대표로 ‘주호영 추대론’을 밀었지만, 이용호 의원이 만만치 않은 득표를 한 것은 권 의원에 대한 당내 반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친윤계 다른 의원은 “윤 대통령은 (당무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권 의원의 ‘윤심 마케팅’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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