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술핵 훈련 첫 공개 '위협 고도화'

박광연 기자 2022. 10. 1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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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간 7차례 미사일 발사 설명
김정은 "대화 필요성 못 느낀다"
북, 핵전쟁 주도권까지 넘봐
저수지에서 쏜 ‘미니 SLBM’ 지난달 25일 새벽 북한 서북부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전술핵탄두 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 중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저수지에서 솟구치는 장면을 10일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보름 새 7차례 실시한 탄도미사일 발사가 전술핵 운용을 위한 군사훈련이었다고 10일 발표했다. 전술핵 실전 활용까지 시사하며 대남·대미 위협수위를 끌어올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적들과 대화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히며 한반도를 둘러싼 강 대 강 대치는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조선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이 9월25일부터 10월9일까지 기간에 진행되였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전술핵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현지에서 지도하시였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사상 처음 전투기 150여대가 동시 출격한 대규모 항공공격 종합훈련도 김 위원장 지도 아래 지난 8일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7차례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전술핵 운용 훈련이었다고 강조했다. “전술핵탄두 반출 및 운반, 작전 시 신속한 운용취급질서를 확정하고 운용체계의 믿음성을 검증 ”(9월25일 발사), “전술핵탄두 탑재 모의 훈련에서도 핵탄두운용 안정성 검증”(9월28일 발사)이라는 것이다.

전술핵 관련 미사일 타격 목표가 한국군임을 분명히 밝혔다. “남조선작전지대안의 비행장 무력화”(9월28일 발사), “적의 주요군사지휘시설타격 모의”(10월6일 발사)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설명했다. 지난달 25일 쏜 미사일은 북한 서북부 저수지 수중에서 발사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적들에게 우리의 핵대응태세, 핵공격능력을 알리는 분명한 경고, 명백한 과시로 된다”고 자평했다.

매체들은 “7차례 전술핵운용부대들의 발사훈련을 통해 목적하는 시간에, 목적하는 장소에서, 목적하는 대상들을 목적하는 만큼 타격소멸할 수 있게 핵전투무력의 현실성과 전투적 효과성, 실전능력이 남김없이 발휘되였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전술핵운용부대 훈련을 실시했다고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핵전쟁 억제력뿐 아니라 핵전쟁 주도권을 쥐겠다는 명백한 의지와 능력을 과시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전술핵운용부대의 미사일 발사훈련이 미 항공모함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 해상연합훈련 맞대응 차원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 남조선정권의 지속적이고 의도적이며 무책임한 정세격화행동은 우리의 더 큰 반응을 유발시키게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한·미 연합훈련을 명분으로 핵무력 고도화 수순을 밟으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분석한다.

노동당 창건 77주년에 미사일 발사 알리며 체제 결집 시도

한·미 당국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도 읽힌다. 김 위원장은 “필요한 경우 모든 군사적 대응조치를 강력히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당 창건 77주년인 이날 내부에 처음으로 미사일 발사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리며 체제 결집을 시도한 것으로도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적들이 계속 대화와 협상을 운운하고 있지만 우리는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며 당장 한·미와의 대화·협상에 나설 뜻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와 한·미 확장억제력 강화가 맞서는 긴장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은) 핵무력 강화와 강 대 강 대응에 방점을 두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달 8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7차 핵실험이 진행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전술핵 운용 능력을 보인 것은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담판하겠다는 메시지”라며 “7차 핵실험으로 핵무력 고도화 정점을 찍고 미국과 담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전술핵 위협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북한에 맞대응 근거를 주지 않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언론 공지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엄중한 안보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제대로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말이 아닌 현실의 문제”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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