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지기 만나는 기분.. 전통 트로트 익히는 후배들 대견"

이복진 2022. 10.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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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여제' 주현미 6년 만에 서울서 단독 콘서트
"데뷔 35주년 콘서트 2020년부터 준비
코로나·대관 문제로 무대에 못 올라
코로나 여파 지친 일상 위로 전할 것"
라디오DJ·유튜버로도 꾸준히 팬 소통
직접 부른 옛 노래 영상 올려 기록화
"요즘 트로트 '전통 vs 뉴트렌드' 양분돼
인기 얻고 다시 본업行 많아 안타까워"
“데뷔 35주년을 맞아 2020년부터 기념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진행할 수 없었죠. 이번 서울 공연은 수십년 지기를 오랜만에 만나는 기분으로 준비 중인데 이 느낌 그대로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트로트의 여제’ 주현미가 6년 만에 서울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오는 22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다. 주현미가 디너쇼가 아닌 단독 콘서트로 서울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만난 주현미는 “데뷔 이후 매년 열어온 어버이날과 연말 디너쇼가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고 서울은 워낙 대관 경쟁이 치열한 곳이어서 서울 공연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서울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팬들에 대한 감사와 사랑’ 때문이다.

“서울에서 하는 공연은 모든 콘서트의 메인이기 때문에 좋은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욕심?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다짐? 그런 것들 때문에 부담이 컸어요. 하지만 제 무대를 기다려주신 팬들에게, 그리고 코로나19로 많이 힘들어하시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서울 공연을 계획했죠.”

주현미는 22일 서울 공연에 이어 29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무대에도 오른다. 현재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청주에서도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그는 “연말에는 디너쇼도 할 것 같다”며 “서울 영등포 63스퀘어에서 계획 중이고 크리스마스에 하려고 했는데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2년여 활동에 제약을 받았지만, 주현미는 쉴 수 없었다. 2020년 8월부터 KBS 2Radio에서 매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주현미의 러브레터’로 청취자들을 만나고 있다.

“라디오는 2시간이기는 하지만 생방송으로 청취자를 만난다는 매력이 엄청나요. TV나 콘서트와는 또 다른 매력이죠. 청취자들의 각양각색 사연과 그에 맞는 음악, 특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음악을 청취자들이 신청해 틀 때면 저도 모든 걸 내려놓고 그 음악에 심취합니다. 그게 라디오 매력 아닐까요.”

주현미는 유튜브에서도 활약 중이다. 2018년 11월 개설해 벌써 4년째. 매주 수요일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커버한 영상과 자신의 노래를 올리던 것에서, 최근에는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녹음 현장, 라이브 방송까지 콘텐츠가 291개나 된다. 구독자는 18만4000명을 돌파, 311만뷰를 넘어선 영상도 있다.

“가수 활동과 별도로 재미있게 하는 게 두 개가 있어요. 라디오 DJ와 유튜버죠. 그동안은 TV 프로그램에 맞는, 제작진이 원하는 노래만 불렀어요. 제가 부르고 싶은 노래는 부를 수 없었죠. 그러던 중 어느 날 딸이 유튜브를 해보라고 추천했는데, 막상 해보니 제가 직접 선곡해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계속하고 있네요.”
가수 주현미가 오는 22일 6년 만에 서울에서 콘서트를 갖는다. 주현미는 “오랜만에 갖는 공연이라서 엄청 설렌다”며 “수십년 지기를 오랜만에 만나는 기분으로 준비 중이며 이 느낌 그대로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CC엔터테인먼트 제공
주현미는 특히 유튜브를 통해 1920년대부터 광복 이후 잘 알려지지 않은, 잊힌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커버하는 영상을 자주 올리고 있다. 사막의 한(1935), 항구의 청춘시(1939), 찔레꽃(1942), 울고 넘는 박달재(1948) 등이다. 그는 “이런 (선배들) 노래가 쌓여서 후배들이 배우고, 지금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케이팝에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노래에는 시대적 배경, 분위기, 감정 등이 담겨 있다. 그런 노래들은 후세를 위해서라도 누군가 남겨서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명감’까지 느끼고 있다는 주현미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작지 않다고 했다. 워낙 예전 노래라서 저작권자가 불분명해 유튜브에 커버 영상을 올렸다가 유튜브사로부터 경고받은 적도 수차례라고 한다. “작곡가나 실연자가 당시에 저작권을 등록하지 않았고, 후손들이 한국에 없어 연락할 수도 없어요. 미국에서 저작권을 등록해 한국에서 부를 수 없는 노래도 많아요. 몇 년 전에는 이런 노래를 모아 정식 앨범으로 내려고 했었는데, 저작권이 이러다 보니 무산됐죠.”

요즘 트로트에 대한 걱정도 내비쳤다. 주현미는 그 어느 때보다 트로트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전통 트로트’와 ‘뉴트렌드 트로트’로 양분돼 있다고 말했다.

“조금 안타까운 건 트로트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인기를 얻고서는 발라드나 팝페라 등 본업으로 가는 가수들이 종종 보인다는 거예요.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선배들이 트로트 역사를 이어왔는데, 그 시대 노래를 몸에 익힌 후배들이 있는가 하면 그런 것은 모르고 요즘 세대 노래만 하는 후배들로 트로트계가 갈린 것 같아요.”

특히 주현미는 한창 활동 중인 후배 트로트 가수 정동원을 언급하며 “할아버지 손에서 키워져서 그런지 정동원은 예전 노래를 잘 아는 후배”라며 “그런 친구들은 전통 트로트를 한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트로트는 유행가이기 때문에 시대에 부응하는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트로트 가수라면 전통 트로트를 몸에 익히는 그런 기조를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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