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취임 100일..열쇳말은 '생태·IB·교부금'
[EBS 뉴스]
금창호 기자
지난주 토요일은 전국 17명의 시도교육감들이 취임한 지 꼭 100일 되는 날이었습니다.
올 한해 집행하는 예산만 80조 원이 넘고, 교원 수십만 명에 대한 인사권까지 가진 만큼 교육감들의 권한은 막강한데요.
취임 100일 동안 전국 교육 현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취재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서진석 기자, 전국 학생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수도권 교육청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서울과 경기교육청을 출입하고 있는데, 지난 100일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서진석 기자
우선 서울은 조희연 교육감이 3선에 성공한 지역이죠.
1, 2기 시절 정책이 강화되는 상황입니다.
조 교육감의 대표 정책은 생태교육, 이른바 농촌 유학인데요.
지난 1학기까진 전남의 농산어촌 지역에만 학생들이 유학을 갈 수 있었는데, 이번 달부터는 전북의 농산어촌으로 확대됐습니다.
프로그램도 아토피 치유 마을 등 지역 특색 사업을 강화한 게 특징입니다.
또, 국제 공동 교육을 강화하는데요.
현재 96개 초·중·고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국제공동수업을 약 400개 학교로 확대하고요.
해외 대학과 국내 고등학교 사이의 교육 연계도 추진됩니다.
뿐만 아니라, 제도권 교육을 대안 학교 등과 연계하는 공립형 대안 학교도 본격화됩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조희연 교육감 / 서울시교육청(지난 8월 31일)
"고1 오디세이 학교 과정을 고교 전 학년으로 확대하고, 더 나아가 중·고 6년 과정으로 확대하는 서울형 공립 대안학교를 2026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금창호 기자
서울은 기존의 정책을 보완하고 또 계승하는 입장인데, 전국에서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는 정반대의 상황이죠?
서진석 기자
그렇습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김상곤 교육감 등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10년 넘게 자리를 지켰던 경기도는 올해 최초로 보수 성향의 임태희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입니다.
임 교육감은 후보 시절부터 공약했던 9시 등교제 전면 자율화, 그리고 혁신 학교 재지정 보류라는 자신만의 정책을 굳혀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취임 직후 9시 등교제를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라는 내용의 1호 지침을 내렸고, 최근엔 등교 시간 현황조차 1년간 파악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말그대로 '자율화'를 추진 중입니다.
혁신학교는 미래학교라는 개념으로 전면 개편 중인데, 그 중 핵심 사업이 IB, 즉 국제 바칼로레아식 교육입니다.
토론 중심 수업과 논서술형 평가로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성장을 보장하겠다는 건데요.
임 교육감의 계획,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임태희 교육감 / 경기도교육청 (지난 7월 6일)
"서로 다른 분야와 수준에 따라서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학교 구성원이 교육과정을 함께 논의해 IB, AI, DQ 등을 중심으로 미래학교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금창호 기자
전임 교육감의 정책을 신임 교육감의 정책으로 하나씩 바꿔가고 있는데, IB 교육이 눈에 띕니다.
추진 중인 이 IB 교육, 이미 전국에 30개 넘는 학교에서 시행이 되고 있죠.
교육은 잘 이뤄지고 있습니까?
서진석 기자
네, 말씀하신 것처럼 IB 교육은 지난 2019년 대구와 제주의 공립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요.
객관식 평가 위주의 줄세우기식 교육에서 벗어나잔 취지입니다.
제가 지난달에 IB를 도입한 대구의 초중고를 찾아 수업을 취재해봤는데요.
초등학생들은 직접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해 고민하고, 결과를 발표하고 또 토론하며 스스로 학습하고 있었고요.
중학생들은 탐정놀이를 통해 추론과 함께 수학적 사고를 동시에 배우고 있었습니다.
또, 고등학생들은 직접 소논문을 준비하기도 하고, 특정 사진을 보고 영어로 상황을 설명했고요.
몇 주에 걸쳐 한 권의 책을 읽은 뒤 '속죄'라는 개념이 어떻게 소설에서 형상화되는지 등 심도 있는 내용을 서술하는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외국식 교육법으로 한국의 교육 과정을 배우고 있는 건데, 한국의 수능과 대입 과정엔 부적합하단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강은희 대구교육감의 설명,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강은희 교육감 / 대구시교육청(지난 4일, EBS 인터뷰)
"우리 아이들이 IB를 이수한 아이들이 진학하고 싶은데 갈 수 없는 학과가 현재까지는 단 한 학과도 없습니다. 아이들의 만족도도 높고 학부모님들의 입시 불안도 현재는 없는 상황입니다."
금창호 기자
아직은 우리에게는 낯선 해외식 교육법인데, 대구에 이어 경기까지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전국 어디까지 확산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다음에는,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예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전국 교육청이 정부로부터 받아 쓰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서진석 기자
그렇습니다, 교육세의 일부와 내국세의 20.79%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란 이름으로 전국 교육청에 내려가는데요.
두 차례 추경을 포함한 올해 교부금 규모는 80조 원이 넘습니다.
절반 이상이 교원의 인건비로 쓰이긴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각종 교육 정책에 쓰이는 돈도 만만치 않습니다.
즉 각종 공약과 정책에 필수적인 돈인데, 지난 7월부터 정부가 재정건전성 강화를 이유로 최소 3.6조 원의 삭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령기 인구가 감소하니까 그만큼 초중등 예산을 축소해야 한다는 취지인데요.
전국 교육감들은 우선 최근 세수가 많이 걷히는 일시적인 현상이 있지만, 교육청 예산은 늘 부족하다는 입장이고요.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마냥 교부금을 줄여선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칼을 빼든 정부와 맞대응하기 위해, 전국 교육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지난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부금 개편 관련 위원장을 맡게 된 김지철 충남교육감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김지철 위원장 /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육감특별위원회 (지난 9월, EBS 인터뷰)
"이미 국회에 제출된 그런 법안 이런 것 중심으로 해서 대응 논리도 함께 연구하고 또 저희 의견을 반드시 제시할 겁니다."
금창호 기자
네, 이렇게 정부와 교육청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또 주목해야 할 변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교부금을 내려보내도 지방 의회에서 예산을 대폭 손보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습니까?
서진석 기자
IB 교육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교육청이 가장 최근 사례입니다.
5조 원이 넘어 역대, 전국 최대 규모인 경기도교육청의 추경 예산안은 당초 의사 일정대로라면 지난주에 통과됐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여야 동수인 경기도의회가 경기도청 추경안을 두고 공전했고, 교육청의 추경안 자체가 상정되지 못하면서, 급식비 등 학교 현장에 쓰일 예산 집행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또,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15억이었던 IB 관련 예산이 30% 가까이 삭감됐고, 거꾸로 혁신교육 기획 예산은 60% 넘게 증가해, 교육감의 공약 실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서울도 비슷했는데요.
지난 8월엔 서울시교육청의 추경안이 대폭 수정됐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각종 기금에 70%의 추경 예산을 편성해, 장기적으로 노후 시설을 개선하려고 했는데요.
하지만 다수당을 차지한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노후 화장실 등 노후 시설에 당장 지출을 늘리라며, 기금 규모를 대폭 삭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교육청은 중앙 정부와 지방 의회 모두의 견제를 받으며, 소통과 협치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금창호 기자
네, 취임 100일, 남은 4년에 비하면 짧은 기간이지만 변화가 참 많았습니다.
어떤 정책이든 결국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길 바라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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