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조용한 위기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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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위기인데 위기감이 없다.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가운데 경상수지마저 8월 30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재정수지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경상수지마저 8월 적자 전환하면서 '경제위기설'의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무역수지는 외환위기 직전 6개월 연속 적자를 낸 바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인 2008년에는 연간 13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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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우리 성장률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며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40% 가까이를 차지한다. 수출이 흔들린다는 건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외환 확보능력 저하 가능성과 더 나아가서는 펀더멘털(경제 기초여건) 저하로까지 해석될 위험이 있다. 올해 재정수지 적자는 이미 예고됐기에 '쌍둥이 적자'(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적자) 우려도 짙어졌다. 쌍둥이 적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동안 겪어보지 못한 현상이다.
무역수지는 외환위기 직전 6개월 연속 적자를 낸 바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인 2008년에는 연간 13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이미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역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1400원대 환율은 우리 경제에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같은 '킹달러' 상황에서 경상수지 악화는 달러 수급에 불균형을 일으켜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경상수지 적자로 국내로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이는 또다시 원·달러 환율 상승요인이 된다. 대외부채가 늘어나 원금 상환과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는 국가 전체의 신용등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경상수지가 취약한 국가일수록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이 발생해 대외충격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단순히 지표만 읽는다면 과거 위기와 비슷한 징후들이 차고 넘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년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5.7%, 9월 5.6%를 기록했다. 10월 공공요금의 잇단 인상으로 물가상승률이 또다시 6%를 넘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당분간 고물가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기관들은 줄줄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했다. 어려운 경제상황이 과거 위기 때보다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당시에는 정부와 기업, 시민 등 경제주체 모두가 위기의식이 있어 힘을 모았고 비교적 빠른 극복이 가능했다. 우리 경제의 앞날을 판가름할 중요한 시기다. 괜찮지 않다. 위기의식이 없는 게 진짜 위기가 아닐까
imne@fnnews.com 홍예지 국제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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