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음악과 예술 통장'의 잔고를 들여다보자

2022. 10. 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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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나 가을이건만 날씨는 태풍과 장마에 이어 한낮의 햇볕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업들의 예술에 대한 인식이나 투자가 예전만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클래식 음악은 그림처럼 혼자만 '소유'할 수는 없는 예술이라서 그러한 걸까요? 생각해보면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그 '순간'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들이 모여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의 위상을 드높이고 그 지원과 성장의 시간들이 쌓이면 후대에 물려줄 걸출한 예술작품이 탄생하는게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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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월간객석 발행인

입추가 지나 가을이건만 날씨는 태풍과 장마에 이어 한낮의 햇볕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여름이 쉽사리 가을에게 자리를 물려주지 않으려 하는 것 같네요.

얼마 전까지 성남시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티엘아이 아트센터가 곧 문을 닫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어 전해드립니다. 티엘아이 아트센터는 지난 3년간 제가 보아온 200여석 규모의 소공연장 중에서 가장 열심히 기획공연을 해온 곳입니다. 초창기에는 서울에 위치한 것도 아니어서 그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여타의 소규모 공연장에 불과했죠.

그러나 대표이사의 후원을 받은 관장이 열심히 발로 뛰었고, 그 결과 소정의 예산이었지만 내노라 하는 음악가들의 마음을 움직여 코로나 기간에도 불구하고 수준 높은 공연을 해왔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서울대 교수는 물론 여러 대학에 재직 중인 국내 최고의 음악가들과 콩쿠르 우승자들이 총동원되어 일으킨 홀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가는 길은 여전히 만만치 않았지요. 저는 지하철을 타고 부지런히 환승하며 갔고, 공연 후에는 늘 서울의 집으로 돌아 갈 걱정이 앞섰지만, 그날 그날 수준높은 무대를 보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코로나가 있기 전엔 공연이 끝난 후 마련된 조촐한 뒤풀이에서 음악가들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했지요. 음악가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하여 공연을 보러 온 젊은 연주자들이 내심 이 공연장에 서보고 싶다는 뜻을 넌지시 비치기도 했습니다.

이제 코로나도 끝나가고 야심차게 앙상블 기획공연까지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 돌연 운영을 중단한다는 소식은 좀 뜻밖이었습니다. 사유인즉, 그동안 티엘아이 아트센터를 물심양면으로 돕던 대표이사가 물러났고, 새로 구성된 경영진이 아트센터를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을 부담스럽게 느낀 모양입니다.

그러고보면 몇년 전에도 광화문에 위치했던 금호아트홀 건물이 매각되면서 새로 인수한 기업이 공연장 유지를 포기한 일이 있었죠. 20여 년간 수없이 많은 화제의 공연을 연출했던 금호아트홀은 그후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고, 지금은 연세대학교 내에 자리한 '금호아트홀 연세'로 그 역사와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우리나라는 잿더미 속에서 끊임없는 투자로 발전했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기업들이 이제 세계의 선진대열에 우뚝 서 있지요. 하지만 저는 기업들의 예술에 대한 인식이나 투자가 예전만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 대기업의 창업주들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높은 학력을 갖춘 이들도 아니었지만, 피와 땀으로 일군 재산을 예술과 예술가들에게 아낌없이 나누고 지원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한 기업의 시간이 2세와 3세대를 거쳐 지금에 달했는데요, 지금의 기업을 이끄는 사람들은 대부분 창업주 세대보다 예술에 대한 지원에 인색한 것 같습니다. 창업주 세대보다 더 많이 배웠고, 국내외 더 많은 예술문화를 접하며 자랐던 사람들인데도 말이죠.

솔직히 저는 그런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자가 소유의 목적으로 고가의 유명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소문이 들리면 기분이 묘해지기도 합니다. 아마도 클래식 음악은 그림처럼 혼자만 '소유'할 수는 없는 예술이라서 그러한 걸까요? 생각해보면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그 '순간'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들이 모여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의 위상을 드높이고 그 지원과 성장의 시간들이 쌓이면 후대에 물려줄 걸출한 예술작품이 탄생하는게 아닐런지요.

저는 한번도 뵌 적이 없지만 예술을 사랑하고 후원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성용(1932~2005)회장 같은 분이 더욱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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