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마음을 울리는 마지막 노트

박영서 2022. 10. 10. 18:5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시대의 지성' 이어령이 생의 마지막 순간, 노트에 남긴 글들을 정리한 책이다.

2019년 10월부터 영면에 들기 한 달 전인 2022년 1월까지, 저자는 병상에서도 펜을 놓지 않고 생명과 죽음을 성찰했다.

책에는 88년간 이어온 저자의 독창적 생각의 편린들이 110개의 다양한 형식의 짧은 글과 그림으로 묶여 있다.

저자가 '마지막 말'을 찾아 노트에 글을 써내려가면서 발견한 것은 '디지로그' '생명자본' 같은 거창한 개념어가 아니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눈물 한 방울 이어령 지음 / 김영사 펴냄

"자신을 위한 눈물은 무력하고 부끄러운 것이지만 나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눈물은 사랑의 씨앗'이라는 대중가요가 있지만 '눈물은 희망의 씨앗'이기도 한 것이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 눈물방울의 흔적을 적어 내려갔다." (서문, 7~8쪽)

'시대의 지성' 이어령이 생의 마지막 순간, 노트에 남긴 글들을 정리한 책이다. 2019년 10월부터 영면에 들기 한 달 전인 2022년 1월까지, 저자는 병상에서도 펜을 놓지 않고 생명과 죽음을 성찰했다. 사멸해가는 운명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하루하루 대면하는 일상과 기억들을 기록했다.

책에는 88년간 이어온 저자의 독창적 생각의 편린들이 110개의 다양한 형식의 짧은 글과 그림으로 묶여 있다. 저자의 창발하는 아이디어를 접하면 감정이 고양되기도 한다. 클레오파트라, 이상, 정지용, 사뮈엘 베케트, 쇼팽, 조르주 루오, 빅토르 위고, 공자, 노자 등 동서고금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문학, 철학, 역사, 예술, 기호학, 물리학, 생물학, 기하학 등 풍부한 지식을 참고로 삼아 종횡무진 이어져 저자의 스토리텔링 장기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저자는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고통 속에서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새로운 화두를 모색했다. 저자가 '마지막 말'을 찾아 노트에 글을 써내려가면서 발견한 것은 '디지로그' '생명자본' 같은 거창한 개념어가 아니었다. '눈물 한 방울'이라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었다. 88년 인생, 그에게 마지막에 남은 것은 '눈물 한 방울'이었다.

생전에 공개하지 않았던 인간 이어령의 내밀한 말이 시, 산문, 평문 등 다양한 형식의 글로, 그와 어우러지는 그의 손 그림과 함께 세상에 나왔다. 그래서 책은 인간 이어령이 써온 88년 인생의 에필로그와 같다. 저자는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남긴 적은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삶의 면면을 짐작해볼 수 있다. 박영서 논설위원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