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호위무사'로 나선 권성동, 차기 행보는 당대표 도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대야 강공 선봉장을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 당대표” 문자 노출 등 잇따른 실책으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한동안 조용한 행보를 할 거라는 예상과는 정반대로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정부 등 야권을 향한 거친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함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이 일선 후퇴를 선언한 뒤 주로 수면 아래에서만 움직이는 것과도 대비된다. ‘윤심’(윤 대통령 의중)과 보수층 지지를 다시 가져와 흔들렸던 윤핵관 입지를 회복하고, 이를 발판으로 차기 당대표에 도전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 의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거의 매일 ‘논평’이 여러 개씩 올라온다. 지난달 19일 원내대표 자리에서 내려온 뒤 빈도는 잦아지고 강도는 세졌다. 권 의원은 한글날 연휴인 10일에도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소재로 이재명 대표의 ‘친일 프레임’과 민주당의 안보관을 비판하는 글을 잇따라 게시했다. 권 의원은 “(이 대표의) 반일선동은 자신의 죄악을 향한 언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자는 심산”이라며 “그 뿌리는 80년대 운동권식 세계관”이라고 썼다.
이날만이 아니다. 권 의원은 여당에 불리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신호탄 역할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엄호를 위해 ‘불길’을 마다하지 않고 뛰어든다. 권 의원은 지난달 윤 대통령 해외 순방 중 비속어 논란과 대통령실의 해명 번복으로 부정적 여론이 커질 때 이 사건을 ‘MBC 자막 조작 사건’으로 규정지었다. 당 지도부가 사태 수습에 무게를 두던 지난달 28일에는 MBC 항의방문에 앞장섰다. 권 의원은 주변 의원들에게도 야당의 ‘외교 참사’ 공세에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설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해명자료 배포 사실을 사전에 직보하는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감사원 정치감사 논란이 일자 문재인 정부 당시 감사원 중립성 논란을 제기하며 “민주당의 이중잣대”라고 맞대응했다.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제남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게 “혀 깨물고 죽지”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권 의원은 지난 4월 윤심을 등에 업고 압도적으로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이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 합의 및 철회,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체리따봉’ 문자 사건 등 구설에 계속 휘말렸다. 지난 7월8일 이준석 전 대표 1차 징계 이후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게 만든 데에도 권 의원 책임이 컸다. 권 의원의 최근 모습만 보면 불과 얼마 전 그가 했던 중대 실책들은 상상하기 어렵다.
여당 내에서는 권 의원 행보가 내년 초 치러질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대치 국면의 최전선에서 직접 총대를 메고 뜀으로써 원내대표를 하는 동안 잃었던 윤심과 당 지지층 신뢰를 회복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권 의원이) 여전히 윤 대통령과 연락을 주고받는 걸로 안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권 의원이) 고마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이 당 일각의 비판과 당사자들의 사양에도 자신이 선호하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모셔온’ 것도 차기 행보를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한 초선 의원은 “권 의원이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면서도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원하는 판을 이미 다 만들어뒀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심을 얻기엔 너무 멀리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장제원 의원과의 갈등을 비롯해 상당수 친윤(석열)계 의원들과 이미 멀어진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권 의원이 후임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윤심이라고 주장하며 ‘주호영 추대론’을 밀었지만, 호남 출신 초선인 이용호 의원이 만만치 않은 득표를 한 것은 권 의원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반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친윤계인 다른 재선 의원은 “윤 대통령은 (당무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며 권 의원의 ‘윤심 마케팅’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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