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조 사라졌다"..킹달러 독주에 세계는 각자도생

진영태 2022. 10. 1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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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덮친 정치 리스크
美 옐런 "강달러는 현실 반영"
러 푸틴 크림대교 보복 단행
中 당대회도 지정학 위기 가중

◆ 국제 리더십 실종 ◆

전 세계 경제에 큰 변곡점이 될 대형 정치·경제적 이벤트가 이번주를 시작으로 줄줄이 열린다. 강달러와 고유가를 타개할 글로벌 공조와 리더십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G20을 비롯한 국제 공조를 통해 세계 경제에 닥친 위기를 극복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전기차 등 차세대 주력 산업 분야에서 첨예한 갈등 기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오히려 다른 나라의 경제정책을 대놓고 비판하는 분위기도 확산되는 형국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10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강달러 현상은) 지정학적 긴장과 통화긴축에 대응해 안전한 피난처로 가는 흐름일 뿐"이라며 "경제 현실을 시장에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금융시장 혼란에 대해서도 "시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며 외환시장 개입에 선을 그었다. 각국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강달러 기조를 계속 고수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달러 초강세 현상으로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타국에 수출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옐런 장관은 "원유 감산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 같은 옐런 장관 발언으로 12일 G20 재무장관회의를 시작으로 16일까지 일주일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과 7월 개최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를 비롯한 외무장관회의 등에서도 잇따라 합의문(코뮈니케) 채택이 불발된 바 있다.

중국의 대형 정치 이벤트와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도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16일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자신의 3연임을 대내외에 공식 천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공산당의 아버지인 마오쩌둥 이후 처음으로 3연임하는 중국 지도자가 탄생하며 중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함께 대만을 두고 '1국2체제'를 강조해 글로벌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다. 러시아는 크림대교 폭발 사고에 대한 대규모 보복 공격을 시작했고 10일 안보회의까지 열었다.

이러한 전방위 지정학적 리스크는 다음달 8일 미국 중간선거까지 계속되며 세계 경제 복병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복합위기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홍콩 항셍지수는 10일 2.95% 급락하며 1만7216에 장을 마쳤다.

[진영태 기자]

중간선거 수세 몰린 바이든…美 우선주의 더 거세진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 키우는 정치 리스크

바이든 중간선거 발등의 불
고물가 잡기위해 강달러 고수
中·러·OPEC 때리기 계속될듯
선거 지면 조기레임덕 올수도

시진핑 3연임 확정 앞둔 中
對美 강경노선 강화 예고
세계 경제에 이른바 '퍼펙트 스톰'이 다가오는 가운데 주요 국가에서 초대형 정치 이벤트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정부 간 공조를 가로막는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스트롱맨'들은 자국 내에서 권력 체제를 공고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對)우크라이나 전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당대회) 이후에 더욱 강경한 노선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도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는 글로벌 정세 변화를 가늠하는 또 하나의 커다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이 다음달 8일(현지시간)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 권력을 공화당에 넘겨주게 되면 남은 임기 2년 동안 '조기 레임덕'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이는 글로벌 리더십 실종 현상을 더욱 부추겨 전 세계를 각자도생의 악순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자국 경제 안정화를 우선시하는 미국의 태도로 인해 글로벌 리더십 실종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글로벌 경제가 4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율에 신음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980년대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달러는 20년 만에 초강세를 보이며 미국 외 지역에서 대혼돈을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남은 2년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려면 연방 상·하원에서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최대 현안인 인플레이션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는 지난 6월 9.1%까지 치솟은 소비자물가지수(CPI)의 8%대 상승폭 둔화에 힘입어 지지율 상승 기회를 잡았지만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대규모 원유 감산 결정에 따라 지지율이 다시 주저앉은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현재 40%대 초반에서 정체된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가 연일 OPEC+ 때리기에 나서며 제재 카드까지 검토하는 이유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10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감산 결정에 대해 "(글로벌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현명하지도 못한 일"이라며 맹비난했다. 지난달 말 배럴당 76달러까지 떨어졌던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5일 OPEC+의 하루 200만배럴 감산 결정 이후 단숨에 90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은 연방 하원에서 현재의 다수당 지위를 공화당에 넘겨줄 것으로 보인다. 연방 상원 선거에선 민주당이 49석, 공화당이 49석을 각각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당은 격전지인 네바다주와 조지아주 등 2곳을 놓고 경합 중이다.

민주당이 집권 여당과 행정부를 중간 평가하는 심판대에서 의회 권력을 잃게 되면 새 법안마다 번번이 공화당에 가로막혀 공회전하게 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남은 2년 국정 운영에도 상당한 차질을 초래하고 조기 레임덕 우려도 나온다.

나아가 2024년 차기 대선 구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역대 중간선거에서 집권 여당의 하원 승리는 1934년, 1998년, 2002년 등 3번에 불과한 만큼, 민주당에는 힘겨운 선거다. 현재 민주당은 가까스로 상·하원 과반을 확보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중 누가 의회 과반을 차지하든 간에 미국 우선주의는 당분간 더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한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은 전 세계 자금과 인력을 블랙홀처럼 흡수하는 상황이다.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으로 급격한 슈퍼달러를 초래했다. 원자재와 식료품을 해외에 의존하고 달러 표시 부채가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경기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은 가중되고, 국가별 각자도생으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국과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간 긴장 관계는 국제유가 상승도 부채질한다.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신냉전은 계속된다. 중국의 핵무기 개발 증대와 러시아·북한의 핵 위협 속에 지정학적 위기 상황은 우크라이나에 이어 대만과 한반도로 옮겨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1일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고, 미국 워싱턴DC에서는 12일부터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와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가 열리지만 국제 공조를 위한 기대치는 높지 않다. 당장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부터 3% 이하로 내릴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4월 전망치는 올해와 내년 각각 3.6%로 예측됐지만 7월에는 올해 3.2%, 내년 2.9%로 수정된 바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6일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기존 2.9%에서 또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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