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LUENCER] '신의 손' 작품 두르면.. 500원짜리 라이터도 명품으로

박성기 2022. 10. 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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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공예 유튜버 '레베기'
지갑·가방·시곗줄 등 평범한 물건은 물론
캐러멜 금고같은 '고급진 병맛제품' 만들어
독특한 고정멘트·역동적 편집영상도 눈길

가죽으로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남자가 있다. 가죽을 든 그의 손을 거치면 700원짜리 캐러멜도, 1000원짜리 노트도 모두 신분 상승을 한다. 고급 가죽으로 만든 전용 보관함 속에 들어있는 캐러멜은 7만 원짜리 고급 디저트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가죽 표지를 두른 노트는 10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 수첩이라 해도 의심할 사람이 없을 듯하다.

'금손'을 넘어 '신의 손'을 가진 이 남자, 바로 가죽공예 유튜버 '레베기(LEBEGI)'다. 유튜브 채널 '레베기의 이상한 아뜰리에'를 통해 지갑, 가방, 시곗줄 등 평범한 가죽 제품부터 캐러멜 전용 금고, 소주 보관 케이스, 가죽 반창고 등 독특한 쓸모를 지닌 제품까지 폭넓은 가죽공예를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가죽공예 분야에서 가장 '핫'한 유튜버로 꼽히는 그는 4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대형 유튜버다.

K-Culture 플랫폼 보이스오브유가 제공하는 인플루언서 랭킹(IMR) 자료에 따르면, 2019년 2월 첫 영상 ('제대로 된 가죽공예는 이제부터')을 게재하며 활동을 시작한 레베기는 2년여 만인 지난해 5월 구독자 10만 명을 확보했다. 이후 인기에 더욱 가속도를 얻은 그는 올해 2월 구독자 30만 명을 돌파하고 8월에는 40만 명의 고지마저 넘어섰다. 현재 구독자 수는 41만 명, 80개가 채 되지 않는 동영상의 누적 조회 수는 3500만 회에 달한다. 채널 내 최고 인기 영상('하이엔드 브랜드의 가죽 지갑이 왜 비싼지 보여주는 영상')은 조회 수 285만 회를 기록 중이며, 조회 수 100만 회를 넘긴 영상만 10개가 넘는다.

소수 마니아만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가죽공예 분야에 40만 명이 넘는 대중을 끌어들인 레베기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 박사(현 보이스오브유 선임연구원)는 "절대 평범하지 않은, 유일무이한 그의 작품 세계"를 가장 큰 인기 비결로 꼽는다.

실제로 그가 우리 앞에 내놓는 가죽공예 결과물들은 일반적인 가죽공예의 그것들과는 결을 조금 달리한다. 그는 삼선 슬리퍼를 리폼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커스텀 가죽 슬리퍼로 변신시키거나 감자튀김, 컵라면, 소주, 라이터 등 평범하고 친숙한 물건들에 가죽공예를 더해 고급스럽고 품격 있는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 그 누구보다 뛰어난 장인의 솜씨로 하찮고 요상한 물건들을 만들어내는 그에게 구독자들은 "역대급 재능 낭비"라는 농담 섞인 평가를 남기며 독특하고 반전 있는 그의 '고급진 병맛' 작품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경이롭다"고 까지 평가받는 그의 손재주와 더불어 맛깔나는 입담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낮고 진중한 목소리로 일관하지만, 실소가 절로 터져 나오게 만드는 그의 멘트들은 이 채널만의 독특한 관전 포인트다. 샤프닝, 본딩, 피할, 타공, 엣지 코트 등 생소하고 어려운 각종 가죽공예 용어들조차 그의 입을 한 번 거치면 중독성 강한 유행어로 바뀌어 뇌리에 깊게 박힌다. "정교해야 돼요", "굉장히 섬세한 작업입니다", "음… 기가 막히죠?" 등 그가 작업과정 중 내뱉는 고정 멘트들은 구독자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널리 번져 댓글 창을 도배하고 있다.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역동적이고 감각적인 영상미도 인기몰이에 큰 몫을 한다. 그가 선보이는 8분 내외의 영상들은 단지 가죽공예 작업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담은 것임에도 영상을 접한 이들은 한결같이 "긴장감 넘치는 영화 한 편을 본 기분"이라고 말한다. 빠른 속도로 지루할 틈 없이 전환되는 화면, 극적이고 웅장한 배경음악,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나레이션의 삼박자가 모두 어우러진 그의 영상은 "8분이 30초처럼 느껴지게 하는 영상", "몰입감이 장난 아닌 영상", "뭐 하나 아쉬운 것 없는 완벽한 영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가죽공예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이들까지 영상에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대중에게는 아직 낯설고 생소한 가죽공예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데 이바지하고 싶다는 레베기.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콘텐츠들로 우리를 가죽공예의 세계로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서게 한 그가 앞으로 또 어떤 다채로운 콘텐츠들로 우리를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들지, 앞으로의 활동에도 거는 기대가 크다.

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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