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일가족 5명 가스중독사..'연통 막힌 보일러'가 원인

진창일 2022. 10. 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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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그을음으로 막혀
일산화탄소 실내 유입"
할머니 생일날 모였다 참변
'생존' 1명 의식 회복 못해

어머니 생일을 미리 축하하기 위해 시골집에 모인 일가족 5명이 가스 중독 추정 사고로 숨진 가운데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 합동감식이 10일 진행됐다.

전북 무주경찰서는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북경찰청 과학수사계 관계자 등과 함께 관계기관 현장 합동감식을 벌였다. 현장 감식은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름 보일러와 그 주변, 사망자가 발견된 거실, 방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등유 보일러실은 주택 내부에 설치돼 있었다. 경찰은 주택 내부에 설치된 보일러 연결 연통 부분에 공간이 생기면서 일산화탄소가 집 안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합동감식을 진행한 경찰은 "보일러를 틀어놓고 배출 가스가 어디에서, 얼마나 나오는지 측정했다"며 "방 옆에 보일러실이 따로 있는데 보일러는 정상적으로 작동이 됐고 연통 끝부분이 막혀 가스가 집 안으로 샌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4시 54분 전북 무주군 무풍면 단독주택에서 노모 A씨(84)와 큰사위(64), 작은사위(49), 작은딸(42), 손녀(33) 등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3명은 거실에, 2명은 방에 쓰러져 있었다.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큰딸(57)은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들은 다음 주 어머니 생일을 앞두고 사흘간의 연휴를 맞아 미리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 8일 시골집에 들렀다 변을 당했다.

경찰은 시신에서 숨진 뒤 근육이 굳는 '사후강직'이 나타난 점으로 미뤄 지난 8일 밤에서 9일 오전에 이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A씨 아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쓰러진 이들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집 안에는 가스가 가득했으며 주택의 문과 창문은 모두 닫혀 있었다. 사고가 난 주택은 8~9년 전께 지어졌고, 보일러도 이 무렵 설치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그러면서 공직자들에게 "겨울철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세심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일산화탄소는 액화석유가스(LPG)나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가연물이 연소할 때 발생하는 불완전연소에 의한 가스다. 독성이 강하고 무색·무취·무미해 누출돼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가스보일러 사고로 55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이 중 54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고였다. 인체 일산화탄소 허용 농도는 50PPM으로, 1600PPM에 2시간여 만 노출돼도 사망할 수 있다.

[무주 = 진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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