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배우 20명 스스로 작품 이해하도록 이끌었죠"

이용익 2022. 10. 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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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틸다' 연출 닉 애슈턴·이지영
아이로 대하지 않고
성인과 대화하듯 연습
우린 선생님 아닌 가이드
원작 배경 영국 문화
한국 상황 맞게 연출
공동 작업이 큰 도움
내년 2월 26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공연
`마틸다` 무대 위에 오른 닉 애슈턴(왼쪽)과 이지영 연출가.
선장, 장군, 스포츠 감독, 지휘자…. 세상에는 홀로 집단을 이끌며 책임을 지는 자리들이 있다.

배우와 스태프를 이끌며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는 연출가도 고독한 이미지로 그려지곤 한다. 하지만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난 뮤지컬 '마틸다'의 닉 애슈턴 전세계 협력 연출과 이지영 국내 협력 연출은 "영국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면서도 한국적인 느낌을 녹여야 하기에 상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런 편견에 고개를 저었다.

로알 달의 원작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마틸다'는 어리석은 가족과 폭력적인 교장 사이에서 치이던 천재 소녀 마틸다가 어른들에게 맞서는 내용을 담았다. 2018년 한국 초연이 아시아 최초는 물론 영미권을 벗어나서 열리는 첫 공연이었던 만큼 번역부터가 큰 일이었고, 재연은 그보다는 덜하지만 애초에 스타 마케팅이 어려운 공연이다 보니 오디션 등 준비할 일이 여전히 많아 두 연출의 협력이 중요했다.

여느 뮤지컬보다 아역 배우 비중이 높은 `마틸다`의 공연 장면. [사진 제공 = 신시컴퍼니]
특히 마틸다 역할을 맡은 임하윤, 진연우, 최은영, 하신비 배우를 포함해 20명의 아역 배우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만큼 매 시즌 오디션부터 연습까지의 과정이 다른 뮤지컬보다 길었다.

이지영 연출은 앞서 '빌리 엘리어트'에도 참여해 아역 배우들과의 작업에 익숙함에도 "지난 4개월은 되돌아보기 괴롭다"며 웃은 뒤 "평판이나 능력치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의 열의가 강하고 캐릭터에 부합하는 친구들을 뽑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애슈턴 연출 역시 900명에 달하는 지원자를 추린 과정을 두고 "본인이나 부모님이 유명세를 원하는 경우는 다 드러난다. 마치 마틸다 캐릭터 그 자체처럼 집중을 잘하고 배우는 것을 즐기는 아이인지를 본다"고 밝혔다.

연기력과 가창력을 갖춘 성인 연기자와 달리 아역들은 기초적인 부분부터 시작해 가르쳐야 할 것도 많다. 보이스 워크(발성과 발음 교정 훈련) 수업을 따로 해주기도 하고 보통 일주일 정도 진행하는 무대 리허설도 4주씩 할 정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연출은 '선생님'이 아닌 '가이드'여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집을 짓는 일과 마찬가지다. 커튼을 고르고 인테리어하는 부분이 재미있겠지만 그보다 땅을 고르고 벽을 올리는 단계가 더 중요한 것처럼 체력부터 시작해 목소리를 쓰고 대사하는 법을 스스로 훈련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비유한 애슈턴 연출은 "놀랍게도 아이들은 대본에 밑줄을 치고 메모하는 대신 그림을 그리더라. 그게 어쩌면 감정을 더 깊게 이해하고 기억하는 방식인지도 모르겠다"고 흥미로워 했다.

이에 대해 이지영 연출은 "아이들에게 모르는 것을 가르치는 시간도 길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아이들이 작품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아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성인과 대화하듯 의견을 나누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두 연출은 아역 배우들의 노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인 만큼 마틸다 역을 맡은 아이의 데뷔 무대에서는 극이 시작되기 직전 직접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일까지 맡는다. 성인 배우의 연기라면 무심코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아이들이 하면 더욱 감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때로는 배우와 연출 사이에, 두 연출 사이에서도 다른 생각이 나오지만 더 좋은 공연을 만들자는 대의 앞에서 두 사람은 그마저도 즐겁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이지영 연출이 "애슈턴은 원작의 의도에 충실하라는 연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 관객이 잘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 전달하고 싶은지 묻는 연출가라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히자 애슈턴 연출은 "인터뷰가 끝난 뒤 돈이라도 줘야겠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내 입장에서는 외국어로 공연을 하는 것이고 영어와 한국어 어순이 달라 문장 구조, 단어 순서와 관련된 논의를 많이 했지만 결과적으로 완성도가 높아졌다.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에 놓여도 이 상황은 내가 바꿀 수 있고, 오직 내가 바꿔야 한다는 멋진 이야기를 아이들이 하는 뮤지컬인 만큼 많이 즐기길 바란다"고 보탰다.

똑 부러지는 아이들의 모습은 내년 2월 26일까지 5개월 동안 서울 구로구 대성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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