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ESS 사업, 대기업 독식..중소기업도 먹고살게 해달라"

양연호 2022. 10. 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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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엔테크놀로지 대표의 호소
"통합발주 방식으로 진행 땐
중견·중소기업 설자리 없어"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도
"중기와 상생, 제도 보완 필요"
"한국전력의 계통안정화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발주는 고사 상태인 ESS 중소기업이 회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대기업에 유리한 입찰 방식을 손보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이 그간 연구개발한 기술이 모두 사장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ESS 개발·시공회사 이엔테크놀로지의 이태식 대표는 10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격정을 토로했다. 침체에 빠진 국내 ESS 업계에 5년 만에 공공 부문 대형 발주가 시작됐지만, 기술력이 우수해도 자금력이 약하면 대기업에 밀려 낙찰되기 어려운 입찰 방식 탓에 회사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엔테크놀로지는 한때 아시아 1위, 세계 2위 ESS 공급 실적을 보유한 국내에서 오래된 회사 가운데 하나다. 한전이 2014년과 2015년 시행한 주파수 조정(FR)용 ESS 구축 사업 기술평가에서 각각 1위, 2위를 차지하며 기술력을 검증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연계 ESS 사업인 솔라시도 프로젝트에 전력변환장치(PCS)와 전력관리시스템(PMS)을 공급한 바 있다. 2018년에는 국내 에너지 업계 최초로 미국 GE와 태양광·ESS 사업 협력을 맺으며 업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17년 ESS 화재 사고가 난 이후 국내 보급이 사실상 끊기자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엔테크놀로지가 시행한 36건의 ESS 사업에서는 화재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업계 내 잇단 화재 사고 여파로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자금난이 발생해 법정관리까지 받아야 했다. 이 대표는 "와신상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올해 4월 법정관리를 3개월 만에 졸업했다"며 "이러한 시기에 나온 한전의 대규모 발주는 회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최근 발주가 시작된 한전 '계통안정화용 ESS 건설 사업'의 총사업비는 7800억원 규모다. 사실상 고사상태에 놓였던 국내 ESS 업계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문제는 한전이 사업별 1위 업체의 중복 수주를 허용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소수 대기업만 독점적으로 낙찰이 가능한 구조가 됐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한전의 첫 공공 ESS 일괄발주사업인 제주 금악변전소와 영주 변전소 사업을 대기업이 독식한 바 있다. 이 대표는 "1개 업체가 다수의 사업 수주가 가능하고 ESS 양대 핵심설비인 배터리와 PCS 등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 발주하는 현재와 같은 낙찰자 선정방식으로는 중견·중소기업의 사업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한전 측은 공공ESS의 발주 방식을 법적으로 검토한 결과 일괄계약이 원칙으로 돼 있어 사업 변경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소속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한전의 입찰방식 변경 결과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의 저가 입찰로 중소·중견기업들이 낙찰을 받을 수 없는 구조가 됐다"며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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