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강제동원 전시관’ 재건 나선 일본 시민사회

김소연 2022. 10. 1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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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일본 도쿄 주오구의 사찰 '쓰키지 혼간사'.

일본 시민들과 재일동포, 종교계로 구성된 '사사노보효(조릿대의 묘표) 전시관 재생 도쿄실행위원회'가 주최하는 전시 행사가 진행 중이다.

일본의 변방 홋카이도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슈마리나이댐 근처에 있는 사사노보효 전시관에서 보관하던 이 지역의 철도와 댐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숨진 조선인 희생자의 위패, 목재 유골함, 매장지에서 나온 각종 부장품 등이 진열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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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폭설로 무너진 사사노보효 살리자’
도쿄 등 곳곳서 모금 전시
10일 오전 도쿄 주오구의 사찰 ‘쓰키지 혼간사’에서 일본 시민들과 재일동포, 종교계로 구성된 ‘사사노보효 전시관 재생 도쿄실행위원회’ 주최 전시가 진행 중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10일 오전 일본 도쿄 주오구의 사찰 ‘쓰키지 혼간사’. 일본 시민들과 재일동포, 종교계로 구성된 ‘사사노보효(조릿대의 묘표) 전시관 재생 도쿄실행위원회’가 주최하는 전시 행사가 진행 중이다. 일본의 변방 홋카이도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슈마리나이댐 근처에 있는 사사노보효 전시관에서 보관하던 이 지역의 철도와 댐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숨진 조선인 희생자의 위패, 목재 유골함, 매장지에서 나온 각종 부장품 등이 진열돼 있었다.

야노 히데키 도쿄실행위 사무국장은 “전시관이 2020년 1월 폭설로 무너졌다. 근처에 있던 교류 시설도 지난해 12월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며 이번 행사를 여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지역의 “강제동원의 역사를 간직한 전시관을 재건하기 위해” 일본 시민들이 전시와 모금에 나선 것이다. 이 전시는 삿포로·니가타·나고야·도야마·오사카 등 일본 각지의 시민들이 실행위를 만들어 개최하고 있다. 5일부터 시작된 도쿄 전시는 13일까지 진행된다. 교토에선 17~25일에 열 예정이다.

‘조릿대 숲속의 묘표’라는 뜻인 사사노보효 전시관은 홋카이도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골 발굴과 봉환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이 운동의 중심엔 홋카이도에 있는 ‘이치조’사 도노히라 요시히코(76) 스님이 있다. 전시관은 애초 고켄사라는 절이었다. 도노히라 스님은 1976년 이곳에서 우연히 ‘황병만’이라는 조선인 위패를 보게 됐다. 1930년대 말부터 1940년 초까지 슈마리나이에선 철도와 수력발전댐을 만드는 토목공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조선 등에서 끌려온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다. 추위와 영양부족으로 적지 않은 이들이 숨졌다. 고켄사는 장례를 치르기 전에 주검을 안치했던 장소로, 노동자들의 억울한 넋을 위로하던 유일한 곳이었다.

도노히라 요시히코 스님. 도쿄/김소연 기자

도노히라 스님은 왜 조선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에 방치돼 있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홋카이도 북부 일대에 방치돼 있는 조선인 유골 발굴에도 나섰다. 1997년 정병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가 합류했다. 이때부터 한·일, 재일동포 등 청년들이 모여 유골을 발굴하고, 토론을 진행하는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공동워크숍’이 시작됐다. 이 행사는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해마다 열리고 있다. 2015년엔 조선인 유골 115위를 ‘홋카이도→도쿄→교토→히로시마→시모노세키’를 거쳐 한국에 반환하는 ‘70년 만의 귀향’이라는 이름의 유골 반환도 진행했다. 한·일 정부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양국 종교·시민사회가 이뤄낸 기적 같은 일이었다. 40년 이상 진행된 조선인 유골 발굴·봉환 운동의 역사가 이번 전시에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도노히라 스님은 이날 <한겨레>와 만나 “사사노보효에선 매년 한·일, 재일동포 젊은이들이 모여 유골을 발굴하며 우정을 맺어왔다. 너무 소중한 만남이다. 이곳을 재건하면 오랜 세월 쌓아온 관계를 끊지 않고 더욱 키워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님은 “1천엔, 2천엔 등 조금씩 모금에 참여한 사람들이 3천명이 넘는다. 사사노보효의 중요성을 알아줘 감사한 마음”이라고 기뻐했다.

1997년부터 워크숍에 지속적으로 참여했던 재일동포 김정희씨는 “사사노보효는 저에게 뿌리를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준 배움터다. 한-일 관계가 어렵지만 친구로 만나면 편견이나 울타리를 넘어 사람으로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소중한 공간이 꼭 재건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건을 위해서는 6천만엔(약 5억8천만원)이 필요하다. 현재 4500만엔 정도를 모은 상태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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