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IRBM 발사는 미 항모강습단에 대한 경고..EMP로 미 항모 무력화

북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목표타격"
전술핵 미사일 상공 폭발 땐 'EMP'
'화성-12' 개량형, 한·미 평가 엇갈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ㆍ장거리포병부대ㆍ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하며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밝혔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인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보름간 7차례에 걸친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전술·전략적 의도를 명확하게 밝혔다.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쏘고 싶은 종류별로 전술핵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원하는 목표를 소멸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은 그간 7차례 발사에서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평소와 다른’ ‘다양한 시간대’에 ‘새로운 장소’에서 발사했다.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의 동해 전개 기간 동안 한·미 및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해 확실한 경고성 도발을 한 것이다. 북한은 미 항모강습단 전개 후부터 총 7회에 걸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잠대지탄도미사일(SLBM)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사진 속 IRBM은 ‘화성-12형’을 개량한 신형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 속 IRBM은 탄두부가 기존 화성-12형보다 짧고 뭉툭하고 분사구 노즐을 움직일 수 있는 ‘짐벌형 주엔진’을 탑재한 신형 미사일인 것으로 추정된다. 짐벌형 주엔진을 탑재하면 주엔진만으로 자세 제어가 가능하고, 추력방향 조절용 보조엔진이 없어도 돼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이 짐벌형 주엔진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지난 4일 북한이 태평양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장거리탄도미사일로 판단해 한국 측 분석과 다른 평가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IRBM으로 발표했다.

북한은 이날 신형 미사일을 정상각도(32도)로 발사해 태평양 상공 4500여㎞를 비행한 항적을 그린 지도를 공개했다. 지도상에서 빨간색으로 정점, 재진입 지점, 최종 낙탄지점을 표시했다. 신형 미사일의 발사 항적을 표시한 컴퓨터 화면의 공개는 한반도로 접근하는 미국 항모와 증원전력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북한은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지속되고 있는 조선반도의 불안정한 정세에 대처하여 적들에게 보다 강력하고 명백한 경고를 보내기로 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태평양 상공에서 미 항모강습단을 겨냥한 핵탄두 탑재 미사일이 전자기펄스(EMP)를 일으킬 경우 항모강습단의 전투력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5일 평북 태천 인근 저수지에서 발사한 SLBM도 눈에 띄는 도발 수단이다. 군 당국은 당시 지대지 SRBM으로 발표했지만, 북이 저수지에서 수중 발사했다고 이날 사진까지 공개해 남측 발표를 뒤집은 것이다. 저수지 발사는 미니 SLBM을 내륙에서의 새로운 투발수단으로 사용하면서 발사 장소 다변화를 과시한 것이다.

북한 발표를 보면 핵탄두 탑재 미사일의 다양한 발사 방식을 훈련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8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한 SRBM 2발은 남한 비행장 무력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다. 북은 전술핵탄두를 모의 탑재한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이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29일 평남 순천에서 초대형 방사포(KN-25)로 추정되는 SRBM 2발, 이달 1일 평양 순안에서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나 KN-25로 추정되는 SRBM 2발을 각각 쐈다. 북한은 “9월 29일과 10월 1일에 진행된 여러 종류의 전술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에서도 해당 설정 표적들을 상공폭발과 직접정밀 및 산포탄 타격의 배합으로 명중했다”고 밝혔다. 상이한 비행 특성의 다양한 미사일을 발사하고 상공 폭발, 직접 타격, 산포탄(분산탄) 등 여러 형태의 타격까지 실험했다는 뜻이다. 상공 폭발은 전술핵 미사일로 공중에서 강력한 EMP를 발생시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이 지난 6일 KN-25, KN-23 추정 SRBM을 각 1발 발사한 평양 삼석과 지난 9일 KN-25 추정 SRBM 2발을 쏜 강원 문천은 과거 탄도미사일을 쏜 적이 없는 곳이다. 지난 9일 새벽 시간대 발사 역시 2019년 8월 이후 처음이라 ‘언제 어디서든’이라는 북한의 구호에 부합한다. 이를 놓고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우리의 핵전투 무력이 전쟁 억제력의 중대한 사명을 지닌 데 맞게 임의의 시각, 불의의 정황 하에서도 신속 정확한 작전반응 능력과 핵정황 대응태세를 고도로 견지하고 있는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였다”고 전했다. ‘임의의 시각, 불의의 정황’이라는 표현으로 유사시 즉 실전 상황에서 공세적 무력 사용을 감행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