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美 반도체 규제까지..삼성·SK 타격 받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 "中 공장 반도체 생산에 집중"
개별 심사 방침에 예의주시해야..사업 불확실성↑
메모리 불황에 규제 악재 겹쳐..TSMC, 반도체 1위 등극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미국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고강도 조치를 발표하자 중국 내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에 긴장감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로 인한 실적 부진에 이번 조치로 향후 첨단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악재가 더해지며 전 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대만 TSMC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미국과 우리 정부와 계속해서 협의해 중국 공장의 원활한 반도체 생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측은 “정부는 그동안 업계와 긴밀히 협의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 측과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남아 있는 과제는 한미 양국 정부가 건설적인 결론을 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도 공식 입장을 통해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미국으로부터 개별 허가(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절차와 서류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타격이 크지 않더라도 별도 허가에 따른 사업 지연, 불확실성 증대 등에 따른 악영향이 우려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건별 심사를 받는 것이 우리 기업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미국 상무부 의지에 따라 우리 기업들을 상대로 통제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수출시 허가를 위한 별도 심사 자체가 생기는 건 규제가 될 수 있다”며 “통관 심사가 엄격해질 경우 길게는 1년 정도 제품 수출이 지연될 수 있고 제품 수명이 다했을 때 (제품이) 수출되는 상황은 기업에 악재”라고 분석했다.
오는 26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SK하이닉스 역시 업황부진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메모리반도체 매출 비중이 삼성전자를 크게 웃도는 97%에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황 사이클을 타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수주 이후 계약가격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이 더 안정적이기에 우리 기업들도 이에 집중해야 한다”며 “쉽지 않겠지만 미국 개별 심사의 방침이 나오기까지 정부와 잘 협의해서 전방산업뿐 아니라 후방산업에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7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을 사실상 전면 제한하면서도 다국적 기업은 개별 심사제를 적용하기로 하는 등 통제 조치를 공식발표했다. 구체적으로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등을 초과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미국 기업이 중국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했다.
최영지 (yo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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