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희 관악구청장 "반지하 전 가구에 내년 6월까지 개폐형 방범창"['민선 8기' 서울 구청장에게 듣다]

이성희 기자 2022. 10. 1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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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 관악구청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미성동 일대를 돌며 맨홀 추락방지망과 차수벽 설치 및 빗물받이 준설 상황 등을 살펴보고 있다. |관악구 제공

서울 관악구 반지하 가구 중에는 창문에 차수판(물막이판)이 설치돼있는 곳들이 있다. 2001년 기습폭우로 대규모 인명·재산피해 등을 겪은 이후인 2007년부터 관악구가 설치해온 것들이다. 그러나 지난 8월 쏟아진 폭우로 관악구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도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주택에 차수판 등 침수방지시설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차수판은 그간 건물주(집주인)의 신청과 동의를 받아 설치해온 것으로, 대다수 반지하 가구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관악구는 앞으로는 반지하 침수 재발 방지를 위해 침수 지역을 중심으로 집마다 찾아다니며 차수판 설치 등을 적극적으로 독려할 계획이다. 내년 6월까지는 관내 반지하 2만4000가구를 대상으로 집안에서 여닫을 수 있는 방범창도 모두 설치할 방침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지난 6일 경향신문과 만나 이런 계획을 밝혔다. 박 구청장은 이날 관악구 미성동 1474-20 일대에 설치된 맨홀 추락방지망과 차수판 설치 및 빗물받이 준설 등 침수피해 방지대책 현장을 점검했다. 그는 지난 8월 폭우와 관련해 “(침수방지 등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닌데 역부족이었다. 마음이 무겁다. 책임감을 느낀다”며 “집중호우가 언제 또 닥쳐올지 모르기 때문에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저지대가 많고 도림천이 있는 관악구는 폭우가 쏟아지면 수해 발생 위험이 큰 지역이다. 지난 8월에는 시간당 최대 131㎜ 폭우가 쏟아졌다. 하천은 범람하지는 않았지만, 시간당 90㎜ 이내에 맞춰진 하수관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관악구에는 비가 많이 내릴 경우 빗물을 일시 보관해 하수관으로 천천히 내보내는 저류조와 불어난 빗물을 하천에 방류하는 빗물펌프장이 각각 3곳 조성돼 있지만 한계가 있었다.

박 구청장은 “(빗물이) 안 빠져나가니까 역류해 침수 피해가 커진 것”이라며 “불가항력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침수 피해를 계기로 도림천 일대에 오는 2027년까지 빗물배수터널을 설치할 예정이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이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미성동 일대를 돌며 맨홀 추락방지망과 차수벽 설치 및 빗물받이 준설 상황 등을 살펴보고 있다. |관악구 제공

관악구는 최근 ‘침수피해 종합대책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TF에는 관악구 치수과와 복지정책과 등은 물론 상하수도 및 건축구조 기술사 민간전문가 등도 참여한다. 박 구청장은 “구청 내에서 (침수 피해 원인과 대책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어떠한 시설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반지하 20만여 가구 중 10% 이상이 관악구에 몰려있다. 서울지역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그는 “관내 반지하 가구 전체를 대상으로 실사 및 전수조사를 끝냈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에 따르면, TF는 현재 반지하 출입문을 집안으로 열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출입문이 밖으로 열게 돼 있어 순식간에 물이 차면 압력이 강해져 문을 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통상 반지하 가구에는) 철창으로 고정된 창문이 설치돼있는데 비상상황에서 탈출이 어려운 구조”라며 “내년에 장마가 오기 전까지 집 안쪽에 개폐 장치가 있는 방범창도 관내 반지하 전 가구에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관악구는 재난상황에서 취약가구에 위험신호를 신속하게 알려주는 시스템 마련도 검토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TF에서 침수재해 지도를 만들고 있다”며 “폭우 등 재난상황에서 구청 상황실을 통한 경고음이나 벨, 안내방송 등으로 취약가구가 사전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 집중호우 이후 틈나는 대로 현장을 살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문현답’이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구민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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