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지급 권총 회수하라"..대통령 한 마디로 추진된 권총 보급 확대에 일선 경찰 반발
권총 구입 예산 증액 대신 경찰 복지 확대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경찰 1인 1권총’ 소지 검토 지시에 따라 지구대와 파출소에 38구경 권총이 추가 지급되자 일선 경찰관들이 반발하고 있다. 총기 보관 대책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아 도난 위험이 크고 사용 기준이 엄격해 권총 수만 늘려봐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경찰 복지를 확대한다는 약속은 지키지 않고 권총 구입에 막대한 예산을 쓴다는 비판도 나온다.
1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지난 5일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에 38구경 권총이 추가로 지급됐다. 각 경찰서가 보관하던 미사용 권총을 현장에 지급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지구대와 파출소에 하달된 공문에는 ‘지역 경찰 정원 대비 권총 보급률 50% 추진을 위해 집중 무기고에 보관 중인 38구경 권총을 사용 전환한다’며 ‘무기·탄약 인수인계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적혀 있다.
권총 보급 확대는 윤 대통령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29일 서울 마포경찰서 신촌지구대와 가진 간담회에서 ‘1인 1권총’ 소지 검토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흉악범에 대한 경찰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경찰 사격훈련을 강화하고 경찰관마다 전용 권총을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했다.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8구경 권총은 화력이 강해 실탄 발사 시 사상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권총이 분실되면 총기를 사용한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관 A씨는 5일 경찰 내부망 ‘폴넷’에 올린 글에서 “순찰차가 파출소를 나가는 것을 본 누군가가 (사람 없는) 파출소에 침입해 무기고에 보관 중인 권총을 훔쳐갈 수 있다”며 “(소규모 파출소일수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권총 사용은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B씨는 8일 폴넷에 ‘추가로 보급된 총기를 회수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한국은) 총을 쏘는 것이 아니라 던지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권총 사용에 엄격한 잣대를 요구한다”며 “차라리 현장 경찰관들에게는 인명살상용인 38구경 권총보다 테이저건을 비롯한 비살상용 권총을 도입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이 글에는 60여개의 동조 댓글이 달렸다.
경찰청은 내년도 38구경 권총 구입 예산으로 38억5000만원을 편성했다. 올해 편성된 1억5000만원보다 25.7배 증액된 액수다. 서울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C씨는 “사용 자체가 지양되는 권총 구입에 수십억원을 투입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행정”이라며 “권총은 무게감도 있어 기동력 차원에서 손해”라고 했다. 경찰관 D씨는 “정부가 약속했던 경찰직 공안직화는 추진하지 않고 권총 보급만 확대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경상도권, 호남권 등 크게 세 파트로 나눠서 (권총 추가 보급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들었다”라며 “추후 지역 소재 경찰에 어떤 지원이 필요할지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도 권총 구입 예산이 대폭 확대된 것을 두고는 “(권총만 아니라) 개인장비 확대 보급 차원에서 전반적인 장비 구입 예산이 늘었다”고 해명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글도 제대로 못 쓰는 3선 구의원”···그는 어떻게 공천을 받았나
- 스님 줄어드는 절, ‘힙한 출가’ 다큐까지···조계종 출가자 수 5년째 ‘두자릿수’
- ‘알리산 부품’ 북한이 격추한 무인기 누가 날렸나…“민간단체 소행 가능성”
- [속보]‘공천헌금 1억 수수’ 김경 시의원 귀국…“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
- 썸남에게 “돈 급해” 4500만원 빌려 고양이 분양·쇼핑···징역 6개월 선고
- 강풍·한파·폭설에 산불까지…극한 날씨에 전국 곳곳 ‘몸살’
- ‘반정부 시위’ 사망자 200명 육박…신정체제 최대 위기에 놓인 이란
- [속보]경찰, 강선우 의원·김경 시의원 집 압수수색···본격 강제수사 착수
- 집권당 새 원내사령탑에 온건·합리 성향 한병도…“일련의 혼란 신속히 수습”
- “충청이 수도권의 에너지 식민지인가”···충청 전역으로 번지는 초고압 송전선로 반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