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전 적자 30조 위기.. 文정부의 탈원전·전기료 인상 뭉개기가 원인

조재희 기자 2022. 10. 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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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희 국민의힘 의원, 한전 자료 분석 결과
"단계적 인상했다면 지금 같은 부실 없어"
한국전력은 10월 1일부터 전기 요금을 1㎾h당 7.4원 인상했다. 이번 인상에 따라 4인가구 전기요금은 평균 2270원 올랐다. /뉴스1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 탈원전 정책 추진에 따른 전기 요금 인상을 추진했다면 ‘국민 근심거리’가 된 한전의 적자 규모가 크게 줄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 정부가 탈원전에 따른 전기 요금 인상을 차기 정부로 미루고, 임기 내내 뭉개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화된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국민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양금희 의원실이 한국전력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2017년 상반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을 반영해 산출한 2018년 이후 매년 2.6% 인상을 시행했을 경우, 한전의 전력 판매 수입은 4년(2018~2021년) 동안에만 17조원 가까이 늘어나며 한전의 재무구조 악화와 대규모 적자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2.6%씩 인상할 경우 늘어나는 전력 판매 수입은 2018년 1조9152억원, 2019년 3조4613억원, 2020년 4조3288억원, 지난해 7조786억원 등 총 16조7839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존 전력판매량에 인상을 가정한 요금을 반영해 차액을 계산한 수치다. 이를 한전이 발표한 실적에 적용하면 2080억 적자를 나타낸 2018년은 1조7072억원, 1조2765억원 적자였던 2019년은 2조1848억원 흑자로 돌아선다. 4조863억원 흑자였던 2020년은 흑자 규모가 8조4151억원으로 늘고, 발표 당시 사상 최대 규모인 5조8601억원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도 1조185억원 흑자로 전환하게 된다. 원전(原電) 축소 등 탈원전에 따른 영향을 반영해 꾸준히 전기 요금을 인상했다면 지난해까지는 흑자 기조가 이어졌고, 그에 따라 재무구조 악화도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한전에 따르면 올 초 2.6% 인상만 시행했더라도 상반기 전력 판매 수입이 3조8249억원이 더 늘어나며 올 상반기 14조3033억원에 달했던 적자 규모는 10조4604억원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전은 올 2분기와 3분기, 4분기 세 차례 총 17.9% 전기 요금을 인상했지만, 올해 영업적자 규모는 3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탈원전을 반영해 지난해까지 단계적으로 전기 요금을 올린 상태에서 올해를 맞이했다면 적자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18~2021년 4년 동안 이익잉여금이 17조원 가까이 늘어나면서 한전의 재무구조도 크게 개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적자 규모도 줄면서 회사채 발행 한도에도 숨통이 트였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를 발행해 운영 자금을 조달하는 한전은 올해 대규모 적자가 쌓이면서 내년부터 사채 발행이 막힐 위기에 처하자 법을 개정해 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5조8601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하자 한전과 정부는 유럽발 에너지 위기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이번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이어진 적자는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과 전기 요금 인상 지연이 원인이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올해의 천문학적인 적자 사태도 충격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내년부터 큰 폭의 요금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앞서 지난 정부에서 단계적인 인상이 이뤄졌더라면 갑작스런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을 추진하더라도 전기 요금 인상은 없다’는 공언이 결국 임기 내 전기 요금 인상을 막고, 국민 부담을 키웠다”면서 “다만 전기 요금이 이 같이 올랐을 경우 전기 수요가 줄면서 판매 수입이 감소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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