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진보 지우기'..직인, 신영복체 폐기 후 교체

최인진 기자 2022. 10. 10. 14: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인성 확보 위해 훈민정음체로"
일각선 "보수 교육감 교체 영향"
경기도교육청이 교체한 교육감 직인. 왼쪽이 ‘신영복체’로 쓰인 전 직인이고 오른쪽이 ‘훈민정음체’로 쓰인 현재 직인. /전자관보 캡처(연합뉴스)

경기도교육청이 고 신영복 선생의 손글씨를 이용한 ‘신영복체’로 제작됐던 직인을 최근 교체했다. 신영복 선생은 진보학계를 대표하는 인물인데, 보수성향의 경기도교육감이 취임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국가정보원도 신영복체로 된 원훈을 교체한 바 있다.

10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경기도교육감인’, ‘경기도교육감 민원사무전용’ 등 모두 5개의 도 교육감 직인에 쓰인 글씨체가 지난달 1일부터 기존 신영복체에서 훈민정음체로 교체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를 알리는 공고문에서 “직인의 글씨체를 쉽고 간명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시인성 확보와 함께 다른 기관에서도 대부분 훈민정음체를 사용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직인 교체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교육감이 진보성향 인사에서 보수성향 인사로 바뀐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교육청의 한 직원은 “바뀐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직인을 굳이 돈을 들여 다시 바꿀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에 교육감이 바뀌어서 그런가보다 싶다”고 말했다.

기존 직인은 진보성향인 이재정 전 경기도교육감 재직 당시인 2020년 11월부터 사용하기 시작해 보수성향인 임태희 현 경기도교육감 취임 후 교체되기까지 1년 10개월가량 사용됐다. 직인 교체에 들어간 예산은 50만원 가량이다.

신영복 선생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6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0년간 복역했다. 그러나 그는 통일혁명당이라는 지하 정당과 그들이 추구하는 사상을 따른 것이 아닌 ‘양심의 명령’에 따른 선택이었다고 추후 밝힌 바 있다.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출소 후 1998년 사면 복권된 그는 한국 진보학계의 대표 지식인으로 인정받았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신영복 선생이 쓴 대통령기록관 현판을 떼어냈고, 서울경찰청은 2020년 비전 표어에 신영복체를 사용했는데 이를 두고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일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정원이 전·현직 직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제기됐던 신영복체로 쓰인 원훈을 교체한 바 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