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유순한 외양 엄지원의 팜 파탈 연기 '압권'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2. 10. 1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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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김고은, 위하준, 남지현, 추자현, 엄기준 등 모두의 열연이 빛났다. 그리고 엄지원의 악녀 연기는 게중 돋보였다.

tvN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이 끝났다. 최종회 시청률 11.1%의 성공적인 피날레였다.

두리뭉실하지 않고 선 분명한 캐릭터들의 각축이 잘 짜여진 플롯을 따라 치열하게 부딪혔다. 극의 초중반 ‘일종의 판타지인가?’싶게 만들었던 푸른 난초는 흔하진 않지만 드물 것도 없는 환각효과와 독성만을 지닌 식물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피해의식으로 왜곡된 가치관의 상징으로는 끝까지 기능을 다했다.

작가와 연출은 오인주(김고은 분) 자매 측의 도전과 원상아(엄지원 분) 박재상(엄기준 분)으로 대표되는 정란회의 응전을 개연성 있고 영리하게 배치, 수많은 반전을 이끌어내며 몰입감을 높였다.

그리고 최종보스 엄지원의 열연은 최후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든 일등 공신였다.

원상아 역 엄지원은 시장 후보 박재상의 조신한 아내 역으로 첫 등장했다. 동정심 충만한 내조의 표본같은 모양새로 출발했지만 회를 거듭해가며 팜 파탈 본색을 시나브로 드러냈다.

엄지원의 인상은 기본적으로 뾰족하지 않고 동글동글하다. 게다가 웃는 형이라서 선한 이미지가 강하다. 때문에 성마르고 표독하게 굴 때조차 부족함 없이 커온 부잣집 외동딸의 앙탈같은 느낌을 안겨줬다. 딸 박효린(전채은 분)도 속았다. 언제나 폭군은 아빠 박재상이고 자신은 그런 아빠로부터 엄마를 지켜줘야 된다는 강박을 안고 살 정도다.

하지만 정작 박재상에게 죽음을 명한 이는 원상아였다. 엄지원은 정말 속상해 눈물을 흘리면서 떠나보냈다. 아끼던 장난감이 망가진 정도의 속상함을 눈물에 담아.

엄지원은 대부분 포근하게 웃으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한다. 처음 엄지원의 입이 섬뜩한 내용을 말했을 땐 그 이질감에 ‘잘 못 들었나?’싶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지경이었다. 최종회에서도 대충 “이제 염산이 뿌려질거야. 화영이는 살이 녹으며 죽어가겠지. 그리고 넌 그 모습을 보면서 숨을 쉴 때마다 폐가 녹아가는 고통을 느낄거야.” 라는 내용의 대사를 칠 때도 개구리 해부 직전 장난꾸러기 정도의 기대감을 전해줬다.

물론 드라마가 마냥 치밀하지만은 않았다. 법정에서 살인 현장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하지만 원상아는 긴급체포 되지 않았다. 여유롭게 장사평(장광 분)을 살해하고 진화영(추자현 분)을 납치하는 등 악행을 이어갔다.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①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②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는 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긴급체포를 할 수 있다.

법정에서 긴급체포를 당하지 않더라도 마땅히 사건이 인지됐으면 검찰, 혹은 경찰은 즉시 원상아의 인신을 확보했어야 했다. 돈 많은 원상아라면 증거인멸은 하지 못하더라도 도주 위험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700억도 그렇다. 시간순으로 정리하자면 진화영은 오키드 건설의 비자금 700억원을 빼돌려 싱가폴 오인주(김고은 분) 계좌에 넣어뒀다. 최도일은 한국을 떠나려는 박효린과 오인혜(박지후 분)를 만나 박효린의 파나마계좌가 필요함을 알렸다.

다시 최도일은 오인주 계좌의 돈을 원상아 계좌로 보냈다. 최도일(위하준 분)은 법정에서 그걸 근거로 오인주의 누명을 풀어주려했다. 그 이후 원상아의 본격적인 적이 된 최도일은 원상아 계좌의 돈에 접근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700억 원은 원상아의 죽음으로 유일한 상속인이 된 박효린의 계좌로 옮겨진 모양새다. 그럼 최도일은 원상아의 죽음을 예상했기에 박효린의 파나마계좌를 알아둘 필요가 있었던 건가?

복잡한 조세회피처에서의 증여와 상속세 문제는 전문가인 최도일이 알아서 했다고 치자. 하지만 700억 중 100억이 최도일에게, 100억이 오인경(남지현 분)에게, 300억이 오인주에게 갔다. 박효린은 착해서 그렇다 쳐도 오인혜가 이런 배분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면 너무 이기적이라서 매력이 떨어진다.

어쨌거나 드라마는 끝났고 주인공 세자매는 해피엔딩을 맞았다. 그리고 웰메이드 드라마 한편을 정주행한 시청자들은 충분히 만족해하고 있다. 웰메이드 드라마 ‘작은 아씨들’, 그러면 된 거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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