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하면 바뀌겠나..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절반 "그만두고 싶다"

세종=양종곤 기자 2022. 10.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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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팀장은 A씨에게 욕설을 할 뿐만 아니라 업무도 주지 않는다.

A씨처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 절반은 직장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겼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지난달 2~8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29.1%는 1년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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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 119,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30% 1년 내 괴롭힘 경험..비율 줄었지만
50% "퇴사 충동"..해결 어려워 '자포자기'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시청에 근무하고 있는 A씨는 B팀장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B팀장은 A씨에게 욕설을 할 뿐만 아니라 업무도 주지 않는다. A씨는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한다. 그가 전화를 받기 위해 사무실을 나가면 B팀장은 소리를 치면서 동료 앞에서 망신을 준다. A씨는 “욕설은 녹음했지만 공직사회 특성상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기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A씨처럼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 절반은 직장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겼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회사와 정부가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 자포자기하는 것이다.

10일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지난달 2~8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29.1%는 1년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 이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동일한 조사의 연도 추이를 보면 2019년 9월 44.5%였다가 2020년 9월 36%로, 작년 9월 28.9%로 낮아졌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291명을 대상으로 추가 설문을 한 결과 32.3%는 ‘진료와 상담이 필요했다’고, 4.8%는 ‘진료와 상담을 받았다’고 답했다. 8.6%는 ‘자해와 같은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 심각성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괴롭힘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인식한다는 점이다. 추가 조사(중복응답)에서 피해자 49.8%는 ‘직장을 떠나고 싶다’고 가장 많이 답했다. 25.1%는 ‘처리절차에 대해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직장을 떠나고 싶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 보다 여성에서, 정규직 보다 비정규직에서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피해자가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아서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를 묻자 38.5%가 ‘상급자’라고, 23.4%는 ‘대표, 임원 등 경영진’이라고 답했다. 직장 문화 상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가해자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응 방법에 대해 73.5%는 ‘참거나 모른척했다’고 답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가 74.5%로 가장 많았고,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가 12.8%로 뒤를 이었다. 신고한 직장인 30명을 설문한 결과 66.7%는 ‘괴롭힘으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2019년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한층 강화됐다. 하지만 이 법에 대한 인지도나 사업장에서 관련 교육 여부에 대한 답변은 50%를 넘지 못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 변호사는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이 퇴사를 결심하는 상황은 회사와 정부를 믿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며 “피해자 보호조치를 강화하고 실질적인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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