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3초마다 냉장고가 뚝딱.. LG 공장 시간은 10분 빨리 흐른다

창원/장형태 기자 2022. 10. 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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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창원 스마트파크 가보니
지난 6일 LG전자 창원 스마트파크1 공장 안에서 로봇팔이 냉장고 문을 조립하고 있다. /LG전자

지난 6일 오후 경남 창원 LG전자 스마트파크1(옛 창원1공장) 내 냉장고 생산라인. 470m 길이의 생산라인에는 북미시장으로 수출되는 프렌치도어(창문형 냉장실, 서랍식 냉동실) 냉장고가 13초에 한 대씩 쉼없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5G통신으로 움직이는 운반용 물류로봇 600kg 조립 부품을 번쩍 들어 옮기고, 1.9m 크기의 로봇팔이 개당 20kg 나가는 문짝 두 개를 번쩍 들어 냉장고 몸체에 끼우고 조립했다. 천장에서도 30kg 무게의 부품 박스가 각 공정별로 쉼없이 오갔다. 근로자들은 로봇이 바로 앞까지 날라준 부품을 냉장고에 끼우고 스크류건만 돌려 볼트를 체결하면 끝이었다. 도중 한 라인에서 10분뒤 자재가 부족할 것이라는 알림이 뜨자, 물류로봇이 자재와 부품을 즉시 공급했다.

◇46살 국내 최대 생활가전 생산기지, 4차산업혁명 스마트공장으로 ‘재건축’

1976년 지어져 한국 냉장고·세탁기·식기세척기 등 생활가전 최대 생산기지 역할을 해온 LG전자 창원1공장(전체 면적 25만6000㎡)이 5G·로봇·자율주행·디지털트윈 같은 4차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해있었다. LG전자는 2017년 총 80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해 지난해 9월 처음 생산라인 가동을 시작했다. 이날 LG전자는 언론에 최초로 이 공장을 공개했다. 또한 LG전자 스마트파크는 올해 국내 가전업계 최초로 세계경제포럼 ‘등대공장’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공장도 세월이 흐르면 재건축을 해야한다”며 “마침 4차산업혁명이 화두였고, 창원공장을 스마트팩토리로 탈바꿈시켜보자는 계획이 세워졌다”고 했다. 이름도 창원1·2공장에서 스마트파크1·2로 바뀌었다.

LG전자 창원 스마트파크1 전경. 좌측 상단의 빌딩은 LG전자의 R&D를 총괄하는 스마트파크 R&D센터로, 가전 연구소 뿐 아니라 식품과 물과학연구소도 함께 있다. /LG전자

LG전자 스마트파크1는 지금도 계속 공사중이다. 이날 냉장고 라인 옆에는 거대한 벽이 세워져 있었는데, 이는 냉장고 생산라인인 B1공장을 철거하는 현장이었다. LG전자는 2025년까지 통합생산동을 완공하고, 창고동을 신축해 냉장고 생산라인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田(밭 전)’자 형태의 공장이 ‘ㄱ(기역)’자로 면적이 줄어들지만, 오히려 생산 라인 면적은 늘어난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수작업 물류를 자동화하면서 필요 면적을 30% 줄였고, 공장 천장 부분을 입체적으로 쓸 수 있게 되면서 쓸 수 있는 공간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고 했다. 2025년 완공시 잔디밭으로 남는 공간은 추후 미래를 위해 남겨놓은 공간이라고 한다.

◇5G 자율운반 로봇이 600kg짐 번쩍

지난 6일 LG전자 창원 스마트파크1 공장 안에서5G 자율주행 로봇이 600kg 무게의 자재를 스스로 옮기고 있다. /LG전자

LG전자 스마트파크1의 생산공정은 ‘최초’ ‘최신기술’의 향연이었다. 냉장고 통합생산동 1층에서는 국내 최초로 5G 전용망으로 통신하는 물류로봇이 600kg 적재함 밑으로 쏙 들어가 이를 들어올렸다. 로봇은 공장 바닥에 있는 QR코드를 실시간으로 인식하면서, 목적지를 항해 시속 5km 속도로 이동했다. 기자가 이 길을 가로막자, 로봇이 위험을 감지하고 멈춰 선 뒤 비켜달라는 의미로 경고음 멜로디를 냈다. 배터리가 30% 미만으로 떨어진 물류로봇은 스스로 충전소로 이동해서 배터리를 탈착해 충전에 들어간다.

지난 6일 LG전자 창원 스마트파크1 공장 천장에서 로봇이 자재를 옮기고 있다. /LG전자

천장에 설치된 고공 컨베이어 레일에서는 로봇이 쉴새없이 30kg들이 부품을 나르고 있었다. 생산라인에서 조립이 끝난 냉장고는 자동 엘리베이터를 통해 윗층으로 옮겨져 검수과정을 거친 뒤 다시 내려와 포장 작업에 들어갔다. 창고부터 생산라인까지 자재와 부품이 사람 손 하나 안 타고 이동하는 것이다. 공장 관계자는 “자재 공급시간은 자동화 시스템 설치 전보다 25% 단축됐고, 물류 면적은 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136대 로봇팔로 냉장고 13초에 한 대씩 생산

스마트공정의 또다른 핵심은 바로 로봇팔이었다. LG전자는 스마트파크1 개장과 함께 기존 39대이던 로봇을 136대로 대폭 늘렸다. 문 부착, 고주파 용접, 부품조립, 포장 같이 기존 근로자가 기피하는 곳에 로봇을 집중 투입했다. 냉장고 하단 깊숙히 들어가는 컴프레셔도 로봇이 먼저 팔을 집어넣어 비전카메라로 위치를 파악한 후, 부품을 단숨에 집어넣어 용접작업을 완료했다.

지난 6일 LG전자 창원 스마트파크1 공장 안에서 로봇팔이 냉장고를 조립하고 있다. /LG전자

LG전자는 로봇을 대거 투입해 냉장고 생산라인 자동화율을 65%로 끌어올렸다. 공장 관계자는 “사람이 주로 작업하던 시절에는 근로자의 숙련도, 오전·오후 컨디션 차이 등에 따라 생산 시간과 퀄리티가 달라지곤 했다”고 했다. 20kg 무게의 냉장고 문을 번쩍 들어 작은 구멍에 비스듬히 끼워넣어야 하는데, 숙련된 근로자가 아니면 주변에 스크래치가 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또한 포장 과정은 먼지가 발생해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작업이었다고 한다. 이를 로봇이 대체하면서 근로자들을 안전하고 간단한 공정으로 재배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10분 뒤 미래’ 보는 디지털트윈

‘사고가 나기 10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 같은 공상을 현실로 구현한 기술이 바로 ‘디지털 트윈’이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 공간 내에 실제 상황과 환경을 그대로 조성해 시뮬레이션 하는 기술이다. 최근 글로벌 IT기업들이 디지털 트윈을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는 이를 생산라인에 도입했다. 가상 공간 내에 생산라인과 환경을 그대로 구현하고, 이를 실제보다 10분 빠른 시간대로 돌리는 것이다. 1층 통합생산동 로비에 있는 화면에서는 현재 가동중인 라인과 부품 이동, 재고 상황, 설비 이상 유무를 현재보다 10분 빨리 확인할 수 있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를 통해 10분뒤 어디서 물류 부족 상황이 발생하는지 바로 체크해 자재를 미리 보내놓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6일 LG전자 창원 스마트파크1 공장 안에서 근로자들이 디지털 트윈 기술로 10분뒤 물류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LG전자

또한 디지털 트윈을 통해 한 라인에서 58종의 냉장고 제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혼류’ 시스템도 갖출 수 있었다. 이를 위해 공장내 각종 센서와 기계들이 30초마다 공장 내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하루에 수집하는 데이터량은 500GB(기가바이트). 기존 냉장고 생산라인의 일평균 데이터 수집량보다 1만배 많은 수치다. LG전자는 “디지털 트윈 도입 후 불량 원인 분석기간이 50% 단축됐고, 현장 불량률도 30%가량 줄어들었다”고 했다.

LG전자는 2025년까지 고도화된 냉장고 생산라인 1개를 추가하고, 오븐·식기세척기 라인도 확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창원에 이어 해외 생산거점에도 단계적으로 스마트공장을 도입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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