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LG 냉장고, 로봇이 다 만든다..부품 옮기고 문짝 조립 '척척'
냉장고·정수기 생산량 20%↑ 불량률 30%↓..2025년 오븐·식세기 확대
(창원=뉴스1) 문창석 기자 = 생산라인에 설치된 고공 컨베이어가 육중한 냉장고 부품 박스를 5m 높이 천장까지 들어올려 레일을 따라 옮겼고 바닥에선 물류로봇(AGV)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부품을 날랐다. 또다른 로봇이 부품을 받았다. 사람 팔 모양의 로봇은 냉매 배관을 능숙하게 용접하고 20kg이 넘는 커다란 냉장고 문도 가뿐하게 들어 조립했다.
지난 6일 방문한 경남 창원시 'LG스마트파크'는 일반 생산공장이 아닌 로봇 전시장에 가까웠다. 1976년부터 LG전자의 국내 생산기지인 이 공장은 지난해 9월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5G 통신 등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팩토리로 1차 전환을 마쳤다.
통합생산동 1층 로비에 들어서자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로 구현한 대형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디지털 트윈이란 디지털 가상공간에 현실과 동일한 대상을 만들어 AI·빅데이터 등으로 시뮬레이션해 현실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로, 작업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미리 대비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화면을 통해 현재 가동 중인 생산라인과 부품 이동, 재고 상황, 설비 이상유무, 제품 생산 실적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30초마다 공장 안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10분 뒤 생산라인의 상황을 예측했다. 10분 후 라인 일부에서 자재가 부족해 공정상 정체가 발생할 것 같으니 해결하라고 미리 안내하는 식이다.
3층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사람이 부품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무인창고에선 부품이 자동으로 분류되며 창고 관리 시스템이 라인별 부품 재고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어느 곳으로 부품을 옮겨야 하는지 명령을 내린다. 명령을 받은 AGV는 지상에서 최대 600kg의 적재함을 자동으로 운반하고, 물류 엘리베이터를 통해 부품 박스를 올리면 고공 컨베이어 벨트가 최대 30kg의 박스를 옮기는 식이다.
부품은 로봇이 받아 필요한 곳으로 빠르게 옮겼고 사람은 필요한 마무리 작업만 하면 됐다. 이수형 LG전자 DX·혁신운영팀 선임은 "모든 부품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작업자 앞까지 자동으로 간다"며 "작업자는 가만히 서서 조립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로봇은 부품 적재·운반뿐만 아니라 섬세한 기술이 필요한 곳에도 쓰였다. 사람 팔 모양으로 생긴 로봇은 냉매 배관을 5초씩 용접했고, 무게 20kg에 달하는 냉장고 문도 가뿐하게 들어 본체와의 간격이 0.25mm에 불과하도록 정확하게 조립했다. 이 선임은 "냉장고 문을 자동으로 붙이는 건 이 곳이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로봇이 일하는 동안 작업자는 생산라인 상황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품질과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할 수 있다. 그 결과 시간당 제품 생산대수가 20% 가까이 증가했고 품질도 나아졌다.
강명석 LG전자 키친어플라이언스생산선진화Task 리더는 "무게 20kg인 냉장고 문을 수작업으로 조립하면 들기 힘들어 스크래치·찍힘 등 불량이 생길 수 있고 사람 컨디션에 따라 제품 품질에도 차이가 생긴다"며 "로봇을 통해 일관된 생산과 더 나은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공장 곳곳에 센서를 설치해 생산과정 전반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실시간 분석해 제품 불량, 설비 고장 등을 사전에 예방한다. 이를 통해 제품의 불량 원인 분석 시간이 기존보다 약 50% 단축됐고 현장 불량률은 30% 정도 줄었다.
스마트팩토리 1차 전환을 마친 LG스마트파크에서는 현재 냉장고·정수기 등이 생산되고 있다. 최종 완공되는 2025년에는 고도화된 냉장고 생산라인 1개를 추가하고 오븐·식기세척기 라인도 확대 구축한다. LG전자는 창원에 이어 글로벌 생산거점에도 단계적으로 '지능형 자율공장'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어 방문한 LG스마트파크 R&D센터에는 보관·발효·조리 등 식품 관련 핵심기술들을 연구하는 식품과학연구소와 정수기의 위생·수질을 연구하는 물과학연구소가 있었다. 이 곳에선 교수진, 정부기관 및 기술자문단의 공동 연구가 진행된다.
식품과학연구소에선 최적의 조리법을 알려주는 '인공지능쿡' 기이 시연됐다. 냉동만두 포장지에 인쇄된 바코드를 스마트폰 앱으로 찍자 화면에 해당 만두 브랜드가 뜨면서 조리시간과 요리 팁을 알려줬다. 이 정보는 LG 씽큐앱으로 연결된 광파오븐으로 전달돼 조리 시간·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설정됐다. 사용자는 오븐으로 군만두를 만들기 위해 시작 버튼만 누르면 되는 것이다. 김치냉장고도 포장김치 바코드를 찍기만 하면 최적의 온도와 시간으로 김치를 맞춤 보관할 수 있다.
물과학연구소에는 수백여개의 물 관련 샘플이 빼곡하게 모여있었다. 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정수기 사용 고객이 요청하면 출수된 물의 수질을 분석해 결과를 알려주고 관련 솔루션도 찾아준다. 상주하는 직원의 상당수는 미각·후각 등을 통해 물의 맛과 품질을 평가하는 '워터 소믈리에' 자격을 갖췄다.
LG전자 관계자는 "연구소들을 통해 물과 식품의 성분이나 특성을 분석하는 등 기초기술에 대한 연구단계부터 제품 출시 후 품질까지 철저하게 검증·관리하고 있다"며 "혁신적인 생활가전을 만드는 것은 물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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